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3월 첫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고 채권금리가 치솟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를 넘어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4~7차례 금리를 올리고,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도 이르면 6월에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제로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연말까지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당분간 외환·채권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 120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3.3원 오른 1201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예상보다 매파(hawkish·긴축 선호)적인 연준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투자자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금리인상을 고려 중이며 노동시장의 회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3월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그는 고용 상황과 치솟는 물가를 감안해 조만간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우리의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물가 안정 목표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미 투자은행(IB)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다소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고, 연준이 4~7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연준이 긴축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단숨에 1.86%까지 급등했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56% 오른 96.465를 기록했다.

미 국채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와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217%로 전날보다 6.1bp(1bp=0.01%) 올랐다. 이는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연 1.798%였던 국채 3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약 41bp 뛰었다.

이미 새해 들어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결정으로 이미 큰 폭 올랐는데, 연준의 긴축과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채금리가 연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3.2bp 오른 연 2.605%, 5년물 금리도 5.9bp 상승한 연 2.426%를 기록했다. 이에 국채 금리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연준이 유동성을 강하게 줄이는 쪽으로 시장 전망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과 국채금리 모두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2월부터 적자로 돌아서면서 달러화가 부족해진 점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마저 이달 들어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27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7년 만에 장중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연준이 긴축을 더 서두를 명분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과 채권금리 모두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문 연구위원은 “긴축 국면에서는 채권 가격 약세(금리 상승)가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실제 금리인상 등의 긴축 조치가 이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이에 따른 경기 하강이 나타나면 장기채를 중심으로 국채금리도 안정을 찾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