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의 퇴직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산업부 1급 실장(차관보급)의 조직 이탈 소식이 또다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다. / 조선 DB

1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에서 신통상질서전략실장으로 일해온 김정일 전 실장이 이달 10일 퇴직했다. 김 전 실장은 국내 10대 그룹의 임원으로 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급 공무원은 퇴직 후 공기업 대표나 공공기관장, 각종 협회장 자리까지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미래가 불투명한 민간 기업행은 이례적이다. 행시 38회인 김 전 실장은 산업부에서 전자부품과장, 자유무역협정정책관, 에너지혁신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현 정부 들어 산업부 공무원의 탈출 행진은 크게 늘었다.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전 정권의 에너지 라인이 공직에서 물러났는데, 이때 산업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전 정권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검찰 조사와 감사 등을 받는 동안 산업부가 내부 구성원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실망감도 대규모 이탈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4년 3개월 동안 산업부 고위 공무원 퇴직자는 각각 30명이었는데, 현 정부 4년 8개월 동안에는 이 숫자가 46명으로 50%가량 급증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이후에만 13명이 산업부를 떠났다.

특히 부이사관(3급)·서기관(4급) 등 산업부 살림을 책임지는 중간 관리자의 퇴직이 많았다. 에너지 기술을 담당했던 A 과장이 대기업으로 이직했고, 기계·로봇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B 과장도 사표를 냈다. 2019년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역전승의 주역으로 불렸던 C 사무관도 산업부를 떠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민간 기업행과 관련해 “개인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