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리는 1200원을 돌파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채금리가 뛰고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연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을 예상보다 빨리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2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4원 상승한 1200.9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전 중 정부의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구두개입에 잠시 1197원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200원대로 올라섰다. 환율이 장중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12일(1200.4원)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방지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환율은 시장 예상보다 매파(긴축 선호)적인 연준의 행보에 힘입어 상승했다. 연준이 5일(현지시각)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전망을 고려할 때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시점을 기존 6월에서 3월로 앞당긴 만큼, 첫 금리인상 시점도 3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연준은 현재 8조76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을 시작하겠다는 뜻도 처음으로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도 불리는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보유 중인 국채를 매각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이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매월 120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QE)를 추진했는데, 이제는 양적긴축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FOMC 의사록 공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7%를 돌파했고, 이는 달러화 강세를 지지했다. 달러화는 장초반 유로화 강세에 밀려 하락했으나, FOMC 의사록 발표 이후 낙폭을 축소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새해 들어 4거래일 연속 9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에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230~1250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르면 1분기 중 연고점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점점 매파적으로 변해가는 연준의 행보에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1200원을 돌파했다”며 “오미크론 증상이 경미하다는 평가에 미국 경제가 회복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연준 조기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1200원은 대형 위기 상황에나 나타나는 환율 수준인 만큼, 정부가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안정과 환율 방어 차원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