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중 12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중순을 기점으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경우 달러화 강세도 일부 되돌림되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상 강도와 속도에 따라 환율 상승폭도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방지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 빠르면 내년 1분기 환율 1200원 돌파

올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연초 108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24일 기준 1186.6원으로 10% 가까이 올랐다. 특히 올해는 중국 위안화와 원화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나타나면서 원화가 유독 달러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27일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강달러 국면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30~1230원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을 꼽았다.

미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이르면 내년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종료하고 연말까지 3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테이퍼링 종료에 맞춰 금리인상 시점도 내년 3월로 앞당길 경우 원·달러 환율도 빠르면 내년 1분기중 1200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통상 금리 인상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면 투자자의 위험추구 성향이 약해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 가치가 높아진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가 내년 환율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로선 내년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내년 1~2분기중 12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발(發)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미국 경제 상황이 주요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은 양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통상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인다”며 “한미 성장률 격차와 수출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미국의 경제 성장세, 높은 인플레이션,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달러 강세 압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내년 말에는 달러 강세 꺾이면서 환율도 안정

다만 환율 상승 압력이 내년 하반기에는 점차 완화되면서 환율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백석현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을 둘러싼 시장 우려는 처음에 가장 크고 갈수록 완화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4분기에는 달러화 강세 정도가 완만해지면서 환율 상승 흐름도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순을 기점으로 그간 물가 상승을 주도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져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경우 달러화 강세도 완화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하반기 공급병목이 해소되고 전 세계 서비스 부문이 회복되면 달러화 강세분도 되돌림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