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1%로 인상했다. 지난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0%대로 과도하게 낮춘 금리를 되돌리는 조치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예상했던 결과인 만큼, 시장의 눈은 내년 초 추가 인상 시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 금리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추가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내년 1월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연말까지 금리를 최대 1.50%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전문가 10명 중 8명 “한은, 내년 1월 추가 금리인상”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10명 중 8명은 내년 1월 연속 금리인상이 유력하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이주열 총재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정상화’를 강조한 점을 들어 금통위가 3월 말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5일 간담회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긴축(tightening)이 아닌 정상화(normalization)”라면서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연속 인상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로는 3월 대선을 한 달 앞둔 2월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월부터 2분기(4~6월)까지는 대선 이벤트로 정책 공백기이기 때문에 1월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이 정치 일정이나 한은 총재 임기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물가 상승세가 연말과 내년 초에 가장 가파를 것이란 전망도 1월 금리인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월 금통위에서도 뛰는 물가와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0여년 만에 3%대까지 치솟았는데,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12월까지 2% 후반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보면 한 번 건너뛰고 2월에 금리인상을 하는 게 정석이지만, 이번에는 3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연말과 내년 초 2% 후반대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내년 말 기준금리 1.50% 우세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연 1.25%로 올린 뒤 2분기에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과 한국은행 총재 교체라는 ‘빅 이벤트’가 몰려 있는 데다, 2분기를 기점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전보다 낮아지고 공급망 차질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적어도 내년 2~6월은 통화정책 결정의 휴지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은 연 1.25%와 1.50%로 갈렸다. 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가계 이자상환 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을 연 1.25%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 이자비용 급증 등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고려해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기준금리가 내년 말 1.5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긴축 전환 기조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하반기 중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친 뒤 3분기쯤 금리인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한국은행도 이에 대비해 3분기나 4분기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경제전망을 보면 내년 하반기에도 잠재 수준을 웃도는 성장이 유지되고 근원물가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3분기 추가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