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를 뽑는 마지막 경선토론. 각종 정치이슈로 날선 공방을 벌였던 홍준표 의원을 향해 윤석열 후보는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정치 공방이 아닌 국가 부채 관리 방안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며, ‘국채 한국은행 직매입’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물가와 금융에 이어 고용 안정까지 한은이 책임지고, 국채 직매입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위험한 발상’이라고 여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원희룡(왼쪽부터),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토론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을 받은 홍준표 의원은 한동안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다른 후보들의 논의를 본 뒤,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 정책에 중앙은행이 동원되면 안된다”고 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그런식으로 재정규율을 어기면 국가신인도에 큰 문제가 생긴다. 말도 안된다”고 맞받았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그런식으로 부채를 화폐화하면 물가를 상승시켜서 국민들에게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받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토론에서 “중앙은행이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바로 인수하면, 중앙은행이 정치화된다. 그렇게되면 통화가치의 안정에 위협을 받는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부채를 발행하거나 또는 부채를 막 발행하기 위해서 중앙은행(한국은행)이 바로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우리가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결론 냈다.

이어 홍준표 후보는 “경기불황 때 정부의 역할은 없는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윤 후보는 “그럴 때는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같은 상황에서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긴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전문 분야 아닌데 공부하시느라 고생하셨다”며 윤 후보의 발언에 공감했다. 경제 능력이 취약하다는 윤 후보의 이미지를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경제분과 간사를 맡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윤 후보 캠프의 경제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한방’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스승들도 화려하다. 그는 2011년 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도교수로 학술 분야를 연구했고, 일본 아베노믹스의 창시자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81)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로부터 정책 분야를 배웠다.

또 박사논문 지도교수였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함께 쓴 ‘선진국에서의 환율 퍼즐에 관한 연구’(Exchange Rate Anomalies in industrial Countries: A Solution with a Structural VAR Model)’는 2000년 통화경제학저널(Journal of Monetary Economics)에 게재된 이후 지금까지 1200회 이상 인용된 대표 논문이다. 루비니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월가의 닥터둠(비관론) 경제학자로도 유명하다.

김 교수는 캠프에 합류한 배경에 대해, 윤 후보의 소명의식, 실행력, 대의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무리하고 원칙이 없는 경제 정책으로 인해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이 쌓아온 경제의 기반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무너지고 있다”며 “오랜 기간 경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로써 학문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현실 경제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나아가 국민들을 위해 보다 나은 대한민국 경제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생각을 갖던 시기에 윤 후보를 만나게 됐다. 공정과 상식을 잃은 위기의 한국을 바로잡아야 하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국가를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같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경제 혁신을 위해서는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솔하고 근본적인 접근과 치유가 필요한데, 윤 후보는 본인의 이익 보다는 대의(국가의 발전)를 중요하시는 가치관과 정책관이 저와 일치한다고 생각해,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아래는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마지막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한은 직매입 얘기는 김 교수의 아이디어인지.

“윤 후보가경제학과 교수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평소 경제학 관련 책을 많이 읽으셨고, 몇개월 전에 멋있는 한방이 없느냐는 질문에 국가 부채 관련 이슈를 설명해 드렸었다. 이후 본인이 직접 공부를 하시고 토론을 (한은 국채 직매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그걸 토론회에 딱 이야기 했다. 그런 부분이 나도 놀랐다.”

-윤 후보의 장점은 무엇인지.

“윤 후보는 경제 분야를 포함해 많은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검사로써 경제 관련 이슈를 많이 접하셔서 그런지,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하다. 그간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을 해왔고 학습해 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열려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 같다. 윤 후보는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적재 적소에 전문가를 등용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캠프에 적극 참여하는 유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윤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무리하고 원칙이 없는 경제 정책으로 인해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이 쌓아온 경제의 기반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기간 경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로써 학문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현실 경제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나아가 국민들을 위해 보다 나은 대한민국 경제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 후보와 대화하면서 어떤 부분에 공감대를 갖게 됐나.

“그런 생각을 갖던 시기에 윤 후보를 만나게 됐다. 공정과 상식을 잃은 위기의 한국을 바로잡아야 하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국가를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같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경제 혁신을 위해서는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솔하고 근본적인 접근과 치유가 필요한데, 윤 후보는 본인의 이익 보다는 대의(국가의 발전)를 중요하시는 가치관과 정책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저와 일치한다고 생각했고,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