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35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진단이 나왔다. 정부의 재정 적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2060년에 0%대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8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올해 51.3%에서 2026년 66.7%로 15.4%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제시한 35개국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하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중앙+지방정부 채무만 포함된 D1이 사용된다. IMF가 제시하는 채무비율은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더한 D2 개념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제시하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보다 수치가 높다.

부산항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에 이어 증가 폭이 두 번째로 큰 국가는 체코로 올해 45.0%에서 2026년 53.7%로 8.7%p 상승한다. 3위는 벨기에로 113.4%에서 119.7%로 6.3%p, 4위는 싱가포르로 137.9%에서 143.9% 6%p 올라간다. 채무비율이 10%p 넘게 상승하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반면 35개국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121.6%에서 2026년 118.6%로 3%p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속한 주요 7개국(G7)의 GDP 대비 채무비율도 139.0%에서 5년 뒤 135.8%로 3.2%p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재정 개선 흐름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의 채무는 향후 5년간 빠르게 증가하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선진국 평균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 IMF는 우리나라의 GDP 채무비율이 지난해 47.9%에서 올해 51.3%, 내년 55.1%, 2023년 58.5%에서 2024년 61.5%로 6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는 64.2%, 2026년에는 66.7%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세금의 수혜를 입어야 할 계층은 늘면서, 중장기적으로도 재정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나라 경제도 우려스런 부분이다.

경제계에 따르면 OECD는 최근 발표한 2060년까지의 재정 전망 보고서에서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2030∼2060년 1인당 잠재GDP 성장률이 연간 0.8%라고 추정했다. 잠재GDP는 한 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잠재성장률은 이 잠재GDP의 증가율을 의미한다.

OECD는 우리나라 1인당 잠재GDP 성장률이 2000∼2007년 연간 3.8%에서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2020∼2030년에는 OECD 평균(1.3%)보다 성장률이 높다. 하지만 2030∼2060년에는 OECD 평균(1.1%)을 밑도는 것은 물론 캐나다(0.8%)와 함께 38개국 가운데 공동 꼴찌가 된다.

우리나라가 속하는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그룹 평균(1.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30∼2060년 미국과 일본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은 각각 1.0%, 1.1%로 추정됐다. OECD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발한 (성장세의) 하락과 반등 이후에는 OECD 국가와 G20,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성장세가 다시 점진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성장세는 인구구조가 변하고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면서 대체로 하락해 왔고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수십년간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며 “인구감소 문제는 잠재성장률과 실제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며, 결국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전환교육, 노동정책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