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발(發) 요소 수급난을 계기로 마그네슘, 실리콘 등 범용 수입 품목도 공급망 리스크(위험)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제2의 요소수 대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의 이번 요소 수출 통제처럼 거래 대상 국가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업계와 함께 재고 축적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내부적으로 범용 수입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공급망 점검에 착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희토류 등 원래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품목이 아닌 범용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에 위기 조짐이 있는지에 관한 기초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품목은 사재기 등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5일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주변에 차려진 요소수 판매 노점상에서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 한 화물기사는 "요소수를 넣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렸는데 넣을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요도에 따라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뒤 추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면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다.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해서는 국산화 등을 통해 공급망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적 수요가 커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도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을 집중 관리 중이다. 그러나 소규모 수입업자들이 가격에 맞춰 자체적으로 수입해온 요소 등과 같은 범용 품목은 평상시 공급망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요소 부족 사태도 이런 이유로 정부의 초동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국발 공급망 충격의 파장이 다른 원자재로도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마그네슘 생산을 줄이자 마그네슘 가격은 올해 7월 중순 t(톤)당 1만9000위안(약 352만원)에서 9월 한때 7만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주로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알루미늄 가격 역시 중국 정부의 생산 통제로 인해 지난달 기준 t당 3000달러(약 356만원)까지 뛰면서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건설현장과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도 불안하다. 중국 내 감산이 이뤄지면서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의 가격은 8월 초 1만7000위안(약 315만원)에서 지난달 6만1000위안(약 1130만원)까지 급등했다.

이들 원자재 가격은 이달 들어 조금씩 하락하고 있으나 중국 전력난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또다시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고 품귀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필수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런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쏠림 현상이 심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로 수입이 막힐 경우 대체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은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94.7%, 전자제품의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