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외 사육견 등 이른 바 마당개의 중성화 사업에 15억원을 편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당개란 목줄에 묶인 채 집 또는 공장 마당에 살거나 자유롭게 집 안팎을 드나드는 개들이다. 주로 진돗개 혼종과 같은 중·대형견들이다.

13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실외사육견, 즉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1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상은 총 1만8750마리고, 암컷 마당개를 우선 중성화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예산안에 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제주 동물보호센터에 중·대형견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이은영 기자

전국에 살고 있는 마당개 규모는 149만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2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사업 신청을 받아, 중성화 비용을 국비로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경기 고양시·평택시·양주시, 경남 하동군, 제주 읍면지역 등 일부 지자체 단위로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그간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으로 중성화 사업을 지원했지만, 열악한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사업에 한계가 있어왔다”며 “국비가 지원되면서 지원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주인도 모르게 마당개가 임신하고 새끼 강아지를 낳는 등 유기견 증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를 마당에 묶어놓고 키우더라도, 돌아다니던 다른 개와 교배해 새끼를 낳는 바람에 주인도 모르는 새 강아지를 낳는 식이다. 기존에는 새끼 강아지를 시장에 팔거나 지인에게 입양보내기도 하고, 식용 목적 판매도 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강아지를 팔으려면 지자체에 등록하는 등 규제가 생겨 무턱대고 판매할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당할 위험도 있다.

게다가 주로 마당개들은 중·대형견이라서 입양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아파트에서 중·소형견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렇게 태어난 마당개 새끼들은 방치되다가 유기견으로 집계되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들끼리 야산에서 살면서 야생성을 띄게 되기도 하고, 그대로 자라 들개가 되기도 한다. 농가에서 사육하는 닭 등을 사냥하거나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에 최근 마당개 임신 문제 해결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중성화를 통한 인도적 개체수 조절이다. 마당개 중성화는 유기견 수를 줄인다는 통계도 최근 제시됐다. 제주도가 1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제주도 동물보호센터로 구조된 유기동물은 2599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특히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 활성화됐던 제주도 읍면지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452마리로, 전년 동기(2003마리) 대비 28% 감소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감소세가 ‘읍면지역 마당개 중성화 지원사업’ 효과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외활동이 제한돼 동물 유기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마당개 개체수 대비 현재 반영된 예산 규모는 현저히 모자라다”며 “내년 시행 후 중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 면밀히 파악해보고, 2023년 예산부터는 중성화사업 대폭 증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