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후 방사하는 TNR(Trap-Neuter-Release) 사업을 위한 예산이 3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길고양이에 밥을 주고 돌보는 캣맘·캣대디와 지역 주민들 간 사회적 갈등이 대두되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비가 내린 지난 1월 26일 서울 도심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카페 창가에 바싹 붙어 앉아 비를 피하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심의 과정을 진행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TNR 사업 예산으로 34억2000만원이 반영됐다. 이는 올해(11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에 편성한 예산으로 길고양이를 8만5500마리 중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관측하고 있다. 올해는 3만8000마리 중성화가 목표였다.

TNR은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사업이다. 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후 다시 제자리 방사해 번식기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고양이들 간 다툼 등을 없애 주민 불편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양이의 번식력을 낮춰서 전체 길고양이 숫자를 줄어들게 하는 방법이다. 수술이 필요한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된다. 왼쪽 귀끝이 1cm 짧다면 중성화된 고양이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예산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편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당시에 8억원이 편성됐고 2만6000마리가 중성화 수술 대상이었다. 이후 2019년에 11억원으로 규모가 소폭 늘었다. 이어 2020년과 올해도 11억원이 편성됐다.

정부가 이 사업에 예산을 3배나 증액하기로 한 것은 길고양이 번식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길고양이로 인한 갈등과 민원이 폭증하는 등 사회 문제화 될 소지가 늘어나자, 개체수 조절을 통해 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길고양이 관련 갈등은 지속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중랑구 한 공원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와 쉼터시설을 집어 던지고 봉사자를 폭행하고, 새끼 고양이가 들어있던 고양이집을 집어던진 혐의를 받는 남성이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연의생태공원 내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도 양천구청에 의해 철거됐다. 급식소를 찾아온 길고양이들이 공원 주변의 야생조수를 해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길고양이가 자생적으로 많이 번식하다보니, 캣맘·캣대디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간 갈등이 발생하고 이것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단기간에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집중해서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로 예산을 증액해 편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