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국회에 상정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지만 정체 상태에 놓이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에서의 입법 작업이 멈춰있기 때문이다.

규제 권한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갈등 끝에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플법을 정부 공식 입법 과제 추진하기로 결론을 냈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대항입법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국회 입법 논의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권한을 공정위와 공유하기 어렵다는 방통위측의 입장이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 공청회를 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26일 “온라인플랫폼법이 정부 단일안이기 때문에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권한을 방통위가 독점하는 구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별도 의원 입법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라면서 “기존의 전혜숙 의원안이 이미 발의된 상태인데, 새로운 대체법안을 준비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온플법을 정부 단일안으로 확정한 국무회의 결정 사항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방통위 측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나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조성욱 위원장 취임 이후 ‘플랫폼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 등 기존 산업논리로는 ICT(정보통신) 기술에 기반해 거래양상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 플랫폼 기반 신산업 경쟁질서를 규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2019년부터 ICT 전담반을 발족해 구글과 네이버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갑질 등을 조사하고, 올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을 국회에 제출해 제도적 뒷받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온플법은 정부 내부 논의부터 진통을 겪었다. 네이버 등 ICT 플랫폼 기업을 규율하는 전기통신사업자법이 약화될 수 있다는 방통위가 ‘이중규제'라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는 국무회의를 통해 공정위의 온플법을 정부 단일 법안으로 힘을 실어주기로 했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는 방통위를 소관하는 과방위 의원들이 온플법 처리 반대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플법 처리 논의가 공정위를 소관하는 정무위와 과방위 간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

일부 과방위 의원들은 온플법에서 담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방통위가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 입법안을 제정법 형태로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 모두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 권한이 존재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도 공정위 측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거래관계에서 공정위 소관 법률인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동시에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방통위 소관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및 이용자보호 규정 적용을 받는다”며 “두 행정기관간 규제영역 중첩 소지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반거래 규제기관인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개 부처가 동시에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기존 업무로 진행했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을 진행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에 방통위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 기관인 방통위가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무위 내 온플법 논의마저 진행이 느린 상태다. 온플법은 지난달 말에야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인데,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정치권 시간표가 점차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법안 처리 과정도 느려진 영향이다. 올해 초 온플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안으로 확정됐을때는 예상치 못했던 각종 암초들이 등장한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온플법이 플랫폼 규제에 대한 정부 단일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상임위 간 다툼이 있고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규제 입법을 강화하는 것에 여야 모두 적극성이 떨어진 상태”라면서 “특별한 계기가 있기 전에는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