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되면서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는 20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지만,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당분간 더위가 가장 심한 낮 시간대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형편이다. 여름철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행안부가 공공기관에 에어컨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멈춰있던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름철 열돔 현상 등 폭염이 극심해지면서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가 이후 10년만에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총력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전국 공공기관에 낮 시간대 냉방기 사용을 중단 또는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공문 대로라면 대학교 병원, 대학교 치과병원 및 국공립 대학교를 제외한 전국 954개 공공기관은 전국을 6개 그룹으로 나눠 7월 넷째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 최대 전력 사용 시간인 오후 2시~오후 5시에 30분간 돌아가면서 냉방기를 끄거나 최소로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매년 여름·겨울철 공공기관에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줄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냉방기 순차 운휴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제도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세종청사 입주 중앙부처에 공문을 보내 지난 19일부터 내달 13일까지 26일간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냉방 온도를 기존 26도 이상에서 28도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이와 관련 20일 마포구 서울복합발전본부를 방문해 여름철 전력수급 관리상황을 점검하고 “올 여름철 안정적 전력공급 노력과 함께, 수요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므로 여름철 26℃ 적정 실내온도 준수, 불필요한 전기사용 자제 등 에너지절약 실천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 상태이던 신월성 1호기가 지난 18일 재가동을 시작한데 이어,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도 이주 중으로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개시한다. 이들 3기가 모두 가동되면 총 310만kW의 원전 전력이 추가로 공급된다. 단, 오는 21일 95만kW급 고리4호기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라 7월 넷째주 원전 전체 전력 공급량은 지난주보다 215만kW가 늘어날 전망이다.

100만kW급 신월성 1호기는 지난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얻고, 지난 18일부터 전력계통에 연결돼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최대 출력에 도달할 전망이다.

지난 5월말 부속 설비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140만kW급 신고리4호기는 지난 15일 원안위 사건 조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 대기중이다. 원안위는 7월말 정비작업이 완료되면 발전소 안전성 확인 후 재가동을 승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산업부는 정비작업 일정 등을 앞당겨 21일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7일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던 70만kW급 월성 3호기는 예정대로 22일 정비를 마치면, 원안위 재가동 승인을 받아 23일부터 재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강력한 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 주 전력수급이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달 초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서 이번 주인 7월 넷째 주 전력 예비력이 가장 낮아져 4.0GW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과 코로나19 회복세 등으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공급 능력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돼 단계별로 각 가정과 사무실, 산업체에서 냉방기기 가동을 자제하는 등의 비상 대책이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