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계기로 산업 간 디지털 융합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빅블러 가속화의 파급효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이종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자동차 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YONHAP PHOTO-1705> 현대차그룹,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모터스포츠 시장 진출 (서울=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순수 전기차 모델만으로 운영되는 모터스포츠 경기 'ETCR(Electric Touring Car Racing)'에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 ETCR 경주차. 2021.6.11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6-11 08:53:58/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보고서는 “지난 100여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보였던 자동차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으로 10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자동차의 친환경화, 지능화, 서비스화 등 새로운 균형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반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공유차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장은 기업들의 경쟁적인 투자와 정부의 정책 지원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 중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차 분야 중에서도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1%씩 성장해 신차 판매대수가 2600만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5년까지 연 40%씩 증가해 1조120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밖에 공유차는 2030년까지 연 18% 성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구조도 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래차 시대에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대량 생산체계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모빌리티 서비스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운전의 개념이 사라지고 기술이 운전을 대신하면서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래차 관련 부품시장, 전기차 충전사업,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차 관련 신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도로, 교통시스템, 도시 구조 등 사회 인프라도 자율주행 기술에 맞춰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미래차 시장에서 앞서가려면 정부가 기술·산업간 융합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을 계기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박사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난 10년보다 향후 10년의 변화가 훨씬 광범위하고 역동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책당국은 기술·산업 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빅블러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ICT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과 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제언이다. 기술융합과 관련한 정부자금 지원과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기됐다. 또 변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