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바늘이 일반 주사기에 비해 두꺼워서 아플 수 있습니다.”

11일 오전 11시. 세종시 도담동에 있는 A병원. 미국에서 공수된 얀센(Janssen)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의사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혈전 부작용을 비롯해, 독감처럼 몸살과 오한 등 일평생 경험 못한 이상반응을 느낄 수 있다는 온갖 괴담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왼쪽 팔뚝에 주사바늘이 꽂히는 순간, 근육이 뻐끈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사에서 약물이 주입되는 약 2~3초의 시간 동안 팔뚝에서는 주사바늘의 수압이 느껴질 만큼 쑤셨다.

얀센 백신의 모습 /연합뉴스

접종 후에도 심한 근육 운동을 한 것처럼 팔뚝이 움직일 때마다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10여분 정도 지나자, 통증은 금세 사라졌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접종 후 가장 흔하게 느끼는 부작용은 근육통증으로 백신 약물에 대한 부작용보다는 주사기 바늘이 근육 내로 들어가 근육 내 작은 공간 안에 약물을 주입하면서 생기는 물리적인 통증”이라며 “의료진이 약물을 투여하는 속도나 주사 바늘의 커팅력, 접종자의 건강·심리 상태 등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고 했다.

백신을 맞은 뒤 곧바로 집에 가시면 안돼요. 통증이나 열, 알레르기 등 이상반응을 확인해 하니, 20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린 뒤, 간호사 확인을 받고 귀가하세요. 오늘은 목욕도 하면 안됩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나눠드린 ‘접종 후 안내사항'에 단계별 이상징후나 관련 보상내용이 적혀있으니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 89만4000여명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사실 백신 접종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컸다. 임상시험 결과 얀센 백신의 효과는 66%로, 모더나(94%)·화이자(95%) 대비 다소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 진행시점이 다르다는 점이 백신의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또 변이 바이러스에는 오히려 얀센 백신(64%)이 노바백스(55%)보다 더 효과적이다. 일부에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희귀 혈전증을 경험한 사람은 100만 명 중 1.4명 수준이다(0.00014%). 타이레놀 진통제를 복용해도 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0.01%다. 결과적으로, 타이레놀보다 혈전증이 발생할 확률이 적다면, 당연히 백신을 맞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이 들었다.

주사를 맞은 뒤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는 접종을 기다리는 30~40대 초반 남성들이 모여있었다. 예비군 훈련장을 보는 듯 했다. 한 접종 대기자가 주사를 맞고 온 사람에게 “저기 아저씨, 주사 어때요? 아파요?”라고 물었다. 이에 접종자는 “일평생 맞은 주사 가운데 가장 쑤시는 것 같다.”며 겁을 줬다. 그 순간 대기자들의 시선이 모두 아파하는 접종자로 쏠렸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한다고 타이레놀부터 찾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접종 후에 열이나 오한 등 증상이 있을 때 약을 먹으면 됩니다. 증상도 없는데 미리 약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 인터넷 보니 접종 전에 먹어야 한다. 1알씩 2~3번 먹어야 한다 등 괴담이 많은데 그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또 다른 접종 대기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병원 관계자를 비롯해 주사를 맞고 온 사람들에게 “얀센 맞는 거 맞죠?”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일부 사람들은 준비해 온 타이레놀을 나눠주며, 깊은 전우애를 발휘하기 하기도 했다.

접종을 마친 뒤 타이레놀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약사에게 타이레놀을 달라고 요구하자, 모두 품절이 됐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약사는 “최근 잔여 백신 접종과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마 주변 약국에도 타이레놀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성분을 사용한 다른 제조사의 약은 남아있다”고 했다.

접종 당일 음주나 지나친 운동, 샤워는 피하고 반나절 이상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얀센 백신은 2회 접종해야 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한 번만 맞으면 접종이 완료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세부사항 안내 문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이 백신 성분 자체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니라 백신 후 생기는 체내 면역 반응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면역반응 및 컨디션에 따라 피로감, 추위, 몸살기운, 두통, 미열, 관절염 증상도 느낄 수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백신 후 이러한 증상이 경미하게 느껴진다면 백신을 잘못 맞아 생기는 부작용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내 몸안에 면역체계가 백신에 대하여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반갑게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24시간 안에 없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중증 부작용은 의사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병원에서 나눠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세부사항 안내서에는 증상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진료여부를 안내하고 있어, 필수적으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얀센 백신 접종과 관련한 질병관리청의 안내 문자와 예방접종 인증서

대기실에서 기다린 지 15분쯤 지나자, 질병관리청 ‘국민비서 구삐'로부터 카톡이 왔다. 접종이 완료됐고 최소 3일간 특별한 증상이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을 하라는 공지였다. 또 39도 이상 고열이나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신기하게도 동시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예방접종 증명서'가 날라왔다. 모바일로 본인인증을 한 뒤, 질병관리청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자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백신을 신청과 접종, 증명서 발급까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얀센 백신 접종을 위한 신청사이트 접속부터 예약 완료까지 5분도 안 걸렸다. 접종 전날에는 질병관리청에서 카톡으로 병원 이름과 위치, 시간대를 다시한번 안내해줬다. 백신을 접종한 뒤 증명서 발급도 모바일로 완료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노쇼 백신' 실시간 예약 서비스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