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이하 부동산 대책 보완 방안)’ 뒷수습에 나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이 난데없이 신도시의 자족시설용지 용적률 상향을 들고 나온 뒤 시장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발표 후 한 주가 지난 시점까지 관계 부처도 당의 발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대책 보완 방안 관련 후속조치 계획을 논의하며 “당정 사전협의를 거쳐 발표된 부동산정책 보완책과 관련, 가능한 한 신속히 후속조치를 실행하고, 추가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최대한 조기에 결론을 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협의가 필요한 사안’, ‘시장의 불확실성’ 등의 표현에서 연일 곳곳에서 드러나는 여당발 ‘부동산 대책 보완 방안’의 헛점에 대한 불편함이 읽힌다. 이같은 헛점으로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인천계양 공공주택 사업 예정지구

지난 2일 국토교통부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신도시 정책을 담당하는 김규철 공공주택추진단장은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관련 질문을 세차례나 받았다. 여당발 ‘부동산 대책 보완 방안’에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3기 신도시 자족시설 용지 용적률 상향 추진”이라는 표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구계획이 확정된 인천계양과 지구계획을 마련중인 다른 3기 신도시 후보지들에서도 용적률을 상향하는 계획 변경이 가능한가’, ‘용적률이 달라지면 지구계획도 달라지는데, 사전청약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바뀔 수도 있는 지구계획을 보고 청약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등이다.

김 단장은 “인천계양처럼 이미 지구계획 승인이 난 상태에서 용적률을 다시 변경하려면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다른 곳도) 지구계획 승인이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용적률 변경을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 내부적으로 공급 TF가 구성되면, 당에서 발표한 공급대책을 협의하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공급 필요성이나 여러가지 지구별 상황을 감안해 어느 정도 검토가 가능한지 TF에서 협의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용적률 대규모 상향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변경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여당 발표 내용은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방안이니 검토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한 셈이다.

자족시설용지는 신도시를 단순 주거기능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서울 등 모(母)도시와 교통비용을 줄이고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한 자족(自足)시설이 들어서는 공간을 말한다. 백화점, 쇼핑센터 등 판매시설과 대학, 연구소, 연수원 등 교육연구시설, 유원지나 휴양호텔 등 관광시설, 배송센터 및 창고 등 유통시설, 오피스텔과 컨벤션센터, 아파트형 공장 같은 업무·공장시설, 아파트형공장 등 연구, 문화, 업무, 공업 등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여당이 꺼낸 ‘자족시설용지 용적률 상향’은 현재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조치라는 데 있다. 자족용지는 아파트를 짓기 위한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도시에서 제기된 문제는 자족시설용지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족시설용지가 너무 많다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기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는 동탄 테크노밸리를 조성해 주거와 일자리가 모두 해결되는 자족 도시를 표방했지만, 2008년 개발이 시작되고 13년이 지나도록 전체 상업·업무 시설 용지(74만3000㎡) 중 55%(40만9000㎡)가 아직 주인도 없는 빈 땅으로 남았다. 그런데 3기 신도시는 자족 용지 비율을 2기 신도시보다 배 이상 대폭 늘릴 계획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YONHAP PHOTO-5204>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5.12 toadboy@yna.co.kr/2021-05-12 15:22:09/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해 LH토지주택연구원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공개된 3기 신도시 전체 면적 대비 자족 시설 용지 비율은 평균 16.4%로 2기 신도시 평균(6.7%), 동탄2신도시(5.4%)의 2~3배 수준이다. 이에 연구원은 “1·2기 신도시는 물론 3기 신도시도 자족 용지 비율을 높게 설정하는 방식을 고수해 토지 미매각 문제를 유발한다”며 “개발 초기에 자족 용지 규모를 확정하기보다는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동안 3기 신도시와 관련해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자족시설용지의 용적률 상향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자족시설용지 비율 완화를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주택용지와 자족시설용지 비율을 조정하면 수요가 많은 아파트를 늘릴 수 있는데, 난데없이 자족시설용지를 늘려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 등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이 뜬금없다는 말이 나온다. 녹지와 자족시설비율을 조정하면 1만7000호 규모의 인천계양 신도시 부지에서 3만호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부동산특위와 당 지도부가 부동산 공급 관련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생긴 ‘사고'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자족시설용지 비율과 자족시설용지 용적률을 혼동한 것 같다”고도 했다.

이같은 혼란상은 같은날 공개된 비(非)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안에서도 나타났다. 노형욱 장관 이하 국토부는 민주당에 섣부르게 임대사업자 관련 혜택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임대시장이 받게 될 충격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는 이 방안을 부동산특위·의총에서 별다른 논의없이 그냥 통과시켰다.

결국 재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이 오기 전에 세제 관련 논의의 매듭을 지어야해 어쩔 수 없이 발표는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당에서 짧은 시간에 공급 영역까지 내용을 마련해 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지난달 12일 첫회의를 열고, 단 보름만에 공급, 금융, 세제 등 부동산 관련 정책 전 영역을 담은 결과물을 발표했다.

문제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이같은 내용이 기본적인 실수도 제대로 교정하지 못하고 그냥 발표됐다는 점이다. 여당은 정부와 형식적으로만 협의를 했을 뿐, 정부측이 제시한 우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보니 정부 관계자들은 당정 협의를 했다면서도 민주당 발표안의 세부 내용을 물으면 정돈되지 않은 ‘해석'을 내놓거나 “당에 물으라”고 할 뿐,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책 주도권은 정부에서 당으로 넘어갔는데, 당에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YONHAP PHOTO-2054> 대화하는 홍남기·노형욱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1.6.3 kimsdoo@yna.co.kr/2021-06-03 10:29:0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