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7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 ‘월간 재정동향'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한국판 뉴딜 정책의 유사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공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주도할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바이든식 인프라 투자 효과를 극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 방식의 복지 지출보다는 각종 인프라 투자 확대가 경제활력을 찾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기재부 재정관료들이 철학이 깔려 있는 보고서라는 시각도 있다.

1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총수입 ▲총지출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주요 재정 통계의 월별 변동을 담아 간략하게 발표하는 월간 재정동향 보고서를 이달부터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단순한 재정통계 발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재정정보와 각종 재정 이슈에 대한 폭넓은 국제 논의 흐름을 소개하겠다는 게 개편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이슈‧정책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해 나가기 위해 재정동향 보고서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이번 재정동향 보고서 개편에는 지난달 취임한 안도걸 2차관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단순히 수세적인 방어 논리를 제시하는 데 급급하는 게 아니라 주요국 등 재정정책에 대한 글로벌한 논의 흐름을 공세적으로 국내에 소개하자는 게 안 차관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 차관의 구상은 구윤모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주목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재정정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나타난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다양한 재정 정책 중에서도 인프라 투자 등을 소개하며, “경제사회구조 전환기에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썼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한국판 뉴딜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 교육·보육 등 인적자원 투자를 통한 새로운 경제로의 전환을 도모한다는 점”이 한국판 뉴딜과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갖는 공통점이라고 분석했다.

구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비교적 한시적인 위기대응으로서의 미국구조계획법이 통과된 이후에, 인프라 재건, 청정에너지 등을 필두로 한 인프라 계획, 그리고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담긴 가족계획 등을 내세우면서 생산성 제고, 미래 경쟁력 제고 등 장기적인 미래 경쟁력 제고를 언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판 뉴딜 정책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 강화, 친환경 경제 구현을 목적으로 한 그린 뉴딜 사업과 안전망 등을 내세우고 있는 등, 인적 투자 및 미래 경쟁력 제고 등에 대한 목표들이 미국의 정책 방향과 전반적으로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양국 모두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새로운 경제 전환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과 인프라투자의 필요성 외에 재정준칙과 관련한 보고서도 이번 개편된 재정동향에 담겼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가 집필한 ‘해외사례를 통해 본 경제위기 대응 재정정책 운영방향’ 보고서 마무리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악화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경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정준칙'이 두번 언급됐다.

보고서의 주제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경제 회복에 의한 성장률 상승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재정 건전성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재정 준칙을 언급한 것 자체가 눈에 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한국형 재정 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5개월째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돼 있다. 기재부는 오는 2025년부터 매년 국가 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조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 준칙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야당과 여당 모두의 공격을 받으며 국회에서 법안 심의 조차 한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류 교수는 “재정건전화를 위한 세입확충·지출감축·재정준칙 강화 등은 경제 회복에 의한 성장률 상승이 동반돼야 효과적”이라며 “유럽 주요국들의 재정 악화와 건전성 회복은 재정준칙 제정과 엄격한 집행 등에 더해 경제의 회복에 의한 성장률 상승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