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료들과 서울에 위치한 파스타바에서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고 식사했다.

이 식당은 ‘파스타 오마카세’로 SNS에 널리 알려진 곳이었다. 가격은 저녁 기준 8만원대이며, 파스타가 종류별로 잇달아 나오고 직원이 와서 설명을 해줬다. 배부르게 먹었으나, ‘이렇게 열심히 예약할 만 했는가, 이 돈 내고?’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수년 전 전주에서 들렀던 막걸리집이 떠올랐다. 막걸리 한 주전자를 주문할 때마다 안주가 3~4가지씩 추가로 나오던 식당이었다. 한 사람당 2만원 남짓 내면 됐다. 팬데믹 이후 물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 곳의 이용 방식은 정해진 메뉴를 주는 한상 차림으로 바뀌었다.

오마카세(お任せ)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다. 대접 받을 요리의 종류와 방식을 셰프에게 모두 맡기는 것으로, 주로 스시집에서 쓰이던 표현이다. 이것이 오마카세의 원래 뜻이라면, 서울 파스타바는 오마카세고 예전의 전주 막걸리집은 오마카세가 아닐 이유가 없다.

이곳 저곳에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붙는 ‘오마카세 전성시대’다. 이제는 흔해진 한우 오마카세에 더해 만두 오마카세, 순대 오마카세, 오뎅 오마카세, 커피 오마카세까지 있다. F&B 분야를 넘어, 피부 오마카세(피부과), 네일 오마카세(네일아트), 헤어 오마카세(미용실)라는 표현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오마카세는 ‘주인장 맘대로 주는 것’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기 위한 포장의 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코스 요리’보다 오마카세로 포장하면 어딘가 있어 보여서일까. 스스로를 오마카세라고 칭하는 식당들은 가격이 비싸다. ‘전문가의 서비스’가 담겨서라고 해도 적지 않은 가격이다.

스시 오마카세는 ‘미들급’ ‘엔트리급’ 식당에도 평일 저녁에 8만원 남짓은 내야 갈 수 있다. 품목에 따라, 유명세에 따라 한 끼에 20만~30만원이 훌쩍 넘는 오마카세 식당들도 많다. 이렇게 비싸도 인기가 많아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한 끼에 10만원이 넘는 식사가 언제부터 그렇게 보편화됐나. 코로나 이후 오마카세라는 표현이 확산되면서 비싼 식대에 대한 가격 저항감을 낮춰, 외식 물가 전반이 오르는 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과한 비약일까.

지난 12일 일본 매체 데일리신초는 ‘일본의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오마카세는 한국 젊은이들 사치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를 읽고 ‘남한테 피해주지 않는 개인적인 소비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값비싼 오마카세에는 사회적인 시선이 지나치게 따뜻하다. ‘식료품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다’ ‘외식 물가가 너무 비싸다’면서 식품 제조사들, 프랜차이즈 식당들을 비판하는 시선과 오마카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반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마카세 식당에는 ‘셰프의 진정성’ ‘좋은 재료’ 등이, 식료품·외식 가격에는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의 부담을 전가하는’ 시각이 강조되는 게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