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나란히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이에 두 회사는 전 직원에 400만원과 회사 주식의 일부를 주기로 했다. 성과를 올렸으니,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특별성과급이다. 그러자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최고 실적이 오롯이 이들의 성과냐”라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0.7% 줄었다. 그럼에도 연간 매출이 50조원을 넘었다며 전 직원에 300만원의 격려금을 주기로 했다. 노조는 이게 불만이다. 현대차와 같이 400만원을 달라고 한다. 노조 간부들은 지난 17일부터 열흘간 회사 사장실 옆 회의실에서 먹고 자며 농성을 펼치는 중이다. 동시에 투쟁을 선언했다. 사기 진착 차원의 격려금도 모자르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으니 현실과 동떨어진 노조 생떼기라는 평이 나온다.

현대제철 노조도 꿈틀거린다. 여기도 현대차만큼 성과급을 받았으면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3.9%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약 2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제철 노조는 그룹 격려금에서 회사 몫이 빠지자 “현대그룹의 노동자 계급화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한다. 노동 계급화가 언제부터 저성과자에 성과급을 준다는 의미로 바뀐건지 모르겠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에도 현대차와 동일(400만원)한 특별성과급을 달라며 파업을 했다. 회사는 이 일로 큰 손해를 봤다. 적자도 이 일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 저성과는 노조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또 다시 파업할 것이 무서워 연말 성과급에 이 400만원을 껴줬다. 노조는 아마 이것이 본인들이 가열차게 투쟁한 결과라며 조합원들 앞에서 우쭐했을 것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노조는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노총이 올해 28년인데, 과거에는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가 어려운 조건에서 일했지만,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노조가 있는 곳은 일자리가 좋아졌다”라며 “그렇게 20여년 이상을 오다보니,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일하는 곳은 굉장히 좋은 일자리인 곳이 많다. 이런 지형의 변화, 우리 조건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활동들을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사회자는 ‘민주노총이 귀족노조라는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노조가 귀족은 아니겠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300만원의 격려금을 반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반환한 사람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1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300만원을 회사에 반환할 기개도 없는 노조와 민주노총 위원장의 현실 인식 사이에서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진다.

[박진우 자동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