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 용품 브랜드 나이키가 최근 운동화 리셀(Resell·재판매)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서 판매되는 자사 제품 중 4켤레가 가품이라며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신발에 정품 인증서가 첨부돼 있었지만, 나이키의 확인 결과 위조품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나이키는 스탁엑스가 발행한 ‘볼트 NFT’에 나이키 제품 이미지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네이버의 재판매 플랫폼 크림이 티셔츠 위조품 공방을 벌였다. 한 고객이 무신사에서 산 피어오브갓의 세컨드 브랜드 에센셜 티셔츠를 크림에 되팔려고 내놨는데 크림이 이 제품을 가품으로 판별하면서다.

무신사는 에센셜의 공식 판매처에서 공급받은 정품이라고 주장했지만, 브랜드 측에서 해당 제품을 가품으로 판정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

공교롭게도 스탁엑스와 무신사는 각각 올해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두 회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10년생)를 사로잡으며 고성장했다.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출범한 스탁엑스는 한정판 운동화 등 희소가치가 높은 제품을 주식처럼 재거래하는 플랫폼이다. 99%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정품 보증 체계로 전 세계 리셀 열풍을 주도했다. 기업가치는 38억 달러(약 4조9000억원)로 추정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2009년 상거래를 시작한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2조3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패션 판매 플랫폼이 됐다.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1%, 19% 증가했다. 지난해 투자금을 유치하며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장외 기업가치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가품 논란으로 상장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가뜩이나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평가 잣대로 활용되는 쿠팡·아마존 등의 주가가 폭락해 기업 평가가 박한 시점에 가품 논란에 휘말려 잘 나가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이다. 감성 소비를 기반으로 한 패션 플랫폼에 가품 논란은 치명타라는 지적이다.

특히 무신사-크림 사태가 개운치 않은 이유는 무신사가 캐나다에 본사를 둔 패션 플랫폼 센스(SSENSE)에서 해당 브랜드의 옷을 구매해 브랜드 본사에 검수를 의뢰한 옷도 위조품 판매를 받았다고 밝힌 점이다. 플랫폼 시장 전체가 가품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혹을 사실상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센스는 조선비즈에 “제품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브랜드에서 조달한 제품만 판매한다”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허위 주장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플랫폼 기업의 가품 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디자인 복제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던 패션 유통업계가 가품 논쟁을 벌이자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자신들의 플랫폼(브랜드)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나이키의 스탁엑스 소송을 두고 운동화 수집가 사이에선 “리셀러(재판매자)들의 몰락이 시작됐다”라는 분석이 나왔다.

의도가 뭐든 간에 일련의 사태로 소비자들의 패션·명품 플랫폼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은 자명하다. 플랫폼들은 뒤늦게 정품 인증서를 발행하고 검수 체계를 고도화 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으니 온전히 신뢰하긴 어렵다.

기자가 명품 플랫폼 업체 몇 곳에 검수 과정 공개를 요청했지만, 검수 기술 및 인력 유출을 이유로 거절 당했다.

최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추세에 따라 이커머스 성장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자 패션·명품 플랫폼들은 앞다퉈 오프라인으로 사세를 넓히고 있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데, 플랫폼이 ‘가품 판매의 온상’이 된 마당에 브랜드 경험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가품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해소하지 못한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 결정적인 시점에 발목을 잡기 전에 말이다.

[김은영 채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