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호 법조팀장

검찰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반대하면서 “국민 피해가 크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국민들의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분위기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를 받는 개인이 소수라 대다수 사람들은 적어도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시계추가 빨라지면서, 검찰 조직은 대응논리를 만드는 데 분주했다. 초반의 논리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사건처리 지연 건수가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우리도 향후 미국의 FBI와 같은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한방을 날리지 못했고, “우리도 뭐라도 해야지!”라는 경찰의 공분만 이끌어냈다. 이후 검찰 수사권 박탈이 헌법 12조 3항(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에 위배된다는 논리도 내세웠지만, 법조계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결국 검찰은 검찰 수사의 ‘결’이 경찰과는 본연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무고하게 재판까지 가는 억울한 피고인이 없게 해야 하고, 진짜 나쁜 사람들은 유죄 혐의로 재판에 가게 하는 데 검찰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검수완박이 되면 폭행·폭력 등 강력범죄나 성범죄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히 사라진다. 수사가 엉망으로 이뤄져도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없다. 경찰이 수사를 해서 검찰에 보낸 사건 중 ‘잘못된 수사’가 있어도 바로잡을 기회가 아예 없는 셈이다.

즉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돼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검사는 경찰 수사기록만 가지고 기소 또는 불기소를 판단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그대로 기소될 것이라는 의미다. 정치적 관점으로 해석해보면 수사권 독립을 이룬 경찰 입장에서는 ‘조직의 건재를 증명’해야 하니 기소율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검사는 비로소 법정에서 범죄자 얼굴을 처음 보게 된다. 범죄자가 경찰 수사 내용을 부인하면 효력이 사라진다. 검사는 경찰의 수사기록만 가지고, 변호인에 맞서 오늘 처음 본 범죄자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증거불충분으로 해당 범죄자는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라는 한 사람의 ‘신분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조사나 수사를 받는 기간에는 직장을 유지하거나 새로 취업하기가 어렵다. 며칠 전 만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일례로 2019년 형제 사건인데 (3년이 넘게 걸려) 며칠 전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검경수사권에 따른 폐해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검수완박이 되면 고소·고발 한번 당했다가는 언제 선고받을지 모른다.

경찰 입장에서도 늘어나는 업무량에 마음이 무겁다. 검수완박은 조직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 완결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혼란이 불가피하다.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해당 수사가 증발해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검찰이 축적해 온 수사 노하우는 하루 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날로 복잡해지는 금융범죄와 사기, 횡령, 배임 등에 대한 수사력은 경찰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치안과 방호 및 질서유지 등에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70년간 쌓인 노하우가 검찰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검수완박으로 혜택받는 자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게 되는 범죄자들, 범죄를 숨겨야 하는 사람들뿐이다.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검찰의 2차 보완수사 요구권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호 법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