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공화국’의 균열 징후는 작년 말부터 나타났다. 스타벅스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내놓는 고객 사은 증정품(MD)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던 회원 수 100만명 이상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커피 맛이 변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동의하는 댓글이 수십개씩 달렸다.

고객 한두명의 꼬투리 잡기가 과대 해석 된건 아닐까 싶으면서도 에스씨케이컴퍼니(스타벅스 운영사)에 커피 원두가 바뀌었거나 로스팅 방법, 혹은 기계를 교체했는지 물었더니 “그런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뜻이었다.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애초 스타벅스는 ‘맛’으로 승부하는 커피 전문점이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원두를 로스팅(커피 생두에 열을 가하여 볶는 것으로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과정) 하지 않고 미국 본사에서 사온다. 소비자들이 전세계 어느 매장에 가도 같은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는 경험을 파는 회사다. 동일한 맛과 아늑한 인테리어, 고객의 별명을 부르는 친근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다. 2014년 전세계 최초로 사이렌오더(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주문한 뒤 매장에서 찾아가는 것)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모바일에 친숙한 20~40대 소비자를 불러들였다.

그런데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조원 클럽에 입성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인지 스타벅스는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한 행보를 보였다. 일반 매장이 1000개를 넘어선 2017년부터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 말 전국 300개가 넘은 DT는 음료 판매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MD 출시가 많아진 것도 매출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소비 심리에는 악재로 돌아왔다. 스타벅스가 종이빨대, 리유저블컵(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컵)을 도입하면서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주 원료로 하는 MD를 많게는 일주일에 한번씩 판매하는 행태는 기업의 친환경 행보에 주목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위선이란 인식을 줬다.

스타벅스가 몸집 늘리기에 집중하는 사이, 커피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경험치와 기대수준은 높아졌다. 편의점 GS25는 한대에 1300만원이 넘는 스위스 유명 커피머신에서 추출한 커피를 1200원에 판다. 경쟁사인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커피 고급화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며 전반적인 품질이 올라갔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 하면서 이색적인 인테리어로 소비자를 잡아끄는 이른바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매장도 늘었다. 블루보틀이 2019년 한국에 첫 매장을 냈고 테라로사, 앤트러사이트, 모모스커피 등이 매장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애초 전국 단위의 스타벅스를 경쟁상대로 삼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커피 브랜드를 바라보는 기대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소비자의 스타벅스 콩깍지가 벗겨지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했다하면 매장 문 열기 전부터 대기줄이 생기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당근마켓에서 4만~5만원을 호가하던 스타벅스 MD는 이제 1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미국 본사가 만든 스타벅스가 ‘1.0′, 지금의 스타벅스가 ‘2.0′이라면 이제 ‘3.0′ 수준의 리브랜딩에 이마트(139480)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