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앱 운용사에 자사 결제 시스템을 쓰게 하는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됐고, 다음 달 15일이면 인앱결제 강제 행위의 구체적인 유형과 처분 규정을 담은 시행령 개정도 이뤄진다. 최근 미국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연방 상원을 통과하는 등 인앱결제 규제는 세계적인 물결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물결을 일으킨 한국 법은 구글의 꼼수 앞에, 다양한 결제 선택지 보장이란 취지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구글은 법에 따라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선택지(제3자 결제)를 추가했는데, 그 수수료율을 인앱결제(최고 30%)보다 4%포인트 낮은 최고 26%로 정하면서 정치권과 업계에 꼼수 논란을 일으켰다. 앱 개발사가 부담할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인앱결제보다 나을 게 없어 사실상 여전히 인앱결제를 강제당한다는 것이다. 최근 애플도 네덜란드에서 당국 규제에 대응해 27% 수수료율의 제3자 결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구글식 꼼수를 따라 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을 보완해 앱마켓의 꼼수를 막고 법 취지를 되살려달라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방통위는 지난달 ‘수수료 등으로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새롭게 금지했지만, 구글의 26% 수수료율이 차별적인 결제 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게 업계의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방통위가 새로운 보완책을 꺼내 들면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통위는 제3자 결제가 인앱결제처럼 앱 내부에서 이뤄져 앱마켓 수수료 적용을 받는다는 한계에 주목, 앱 외부에서 이뤄져 앱마켓 수수료가 들지 않는 ‘웹 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웹 결제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결제다. 현재 웹 결제 페이지 링크(URL)를 앱 내 삽입하거나 홍보하는 걸 앱마켓이 차단해, 이용자가 앱 이용 중 웹 결제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방통위는 앱마켓의 웹 결제 접근 차단 행위까지 규제함으로써, 제3자 결제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앱 개발사에 또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근 방통위는 시행령에 다음과 같은 인앱결제 강제 행위 유형을 실었다.

특정한 결제방식을 접근·사용하는 절차에 비하여 다른 결제방식을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하여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원래 시행령 초안엔 ‘접근’이란 단어가 없었는데 최근 업계 의견을 반영, 웹 결제를 겨냥해 추가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접근’이란 말을 시행령에 추가함으로써, 현재 앱마켓이 제한하고 있는 앱 안에서의 웹 결제 링크 삽입이나 홍보를 자유롭게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방통위의 낙관적인 전망이 아직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구글·애플이 시행령을 우회해 웹 결제 접근을 끝까지 제한하는 새로운 꼼수를 만들 여지가 있다고 본다. 또 앱 안에서 웹 결제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인앱결제나 제3자 결제보다 번거로워, 실시간 결제가 중요한 게임 등 일부 앱 등에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도 본다. 이들에 따르면 앱마켓 꼼수에 대항한 방통위의 싸움은 이제 시작, 후속작업을 통해 빈틈을 메워나가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가 앱마켓 꼼수에 대항해 처음으로 유의미한 시행령 보완책을 내놓았다” “추진 방향은 옳다고 본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기대를 충족하고 세계 최초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취지를 지키기 위한 방통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 인앱결제(In-app payment)

앱을 유통하는 앱마켓(앱스토어, 구글플레이 등) 사업자(애플, 구글 등)가 마련한 결제시스템. 이용자 입장에선 외부의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앱 안에서 결제가 이뤄져 인앱결제라고 불린다. 앱 개발사는 이용자가 콘텐츠,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유료재화를 구매하기 위해 인앱결제로 결제한 금액의 최고 30%를 앱마켓 사업자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유통되는 iOS 앱에 오직 인앱결제만 허용 중이고, 구글도 구글플레이에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앱에 이런 정책을 도입하려 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막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되면서 두 회사의 결제정책 변경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