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 업계의 화두로 일정 시간 이후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을 끊어버리는 ‘셧다운제’가 대두되고 있다. 업계와 이용자들은 셧다운제가 과도한 규제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라며 폐지를 주장한다.

발단은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 게임으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다. 이 게임은 애초 개발사인 모장스튜디오 계정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플랫폼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접속이 가능했다. 그런데 모장스튜디오 계정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 MS는 모든 계정을 엑스박스 라이브로 통합하기로 했는데, 엑스박스 라이브는 국내에서 19세 이하 이용자의 계정 등록을 막고 있어 문제가 됐다. 마인크래프트를 즐기기 위해 새 계정을 만들려던 미성년자 이용자들은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MS가 미성년자 계정등록을 막은 건 마인크래프트가 특별히 미성년자에 유해한 게임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미성년자 계정 등록을 막은 것 뿐이다. PC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는 셧다운제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미성년자 접속을 차단하는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준비하는 일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 손쉬운 방법으로 미성년자 계정 생성을 막았다.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 ‘19금 게임’이 된 배경이다.

그렇다면 셧다운제는 과연 과도한 규제인가. 업계 입장에서는 소비자 접속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실제 해외에서도 심야에 미성년자의 게임을 제한하는 규제는 보기 드물다. 여기서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미 한국의 미성년자들은 심야에도 게임을 제한없이 즐기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초등학생도 쉽게 하는 게임이다. 슈퍼셀의 ‘브롤스타즈’도 특히 초등학생 등 어린 이용자에 인기를 끈다. 셧다운제에 따른 게임 금지 시간인 오후 10시 이후에도 이들 게임을 즐기는 미성년 이용자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이들 게임의 커뮤니티에서는 심야에 접속하는 미성년 이용자들의 게임 매너를 성토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을 밤새워하는 자녀가 걱정된다는 부모의 한탄도 보는 일도 어렵지 않다.

셧다운제는 현재 모바일과 콘솔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도가 도입된 10년 전에는 PC 게임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모바일로 이용자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탓이다. PC 없는 집은 있어도, 스마트폰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도 PC판은 미성년 계정 등록이 원천 봉쇄된 상황이지만, 모바일판은 플레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과 PC게임은 각각 49.7%, 30.9%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마인크래프트로 촉발된 셧다운제 폐지 주장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해 봤자라는 이야기다.

게임은 장점만큼 폐해도 짙다. 특히 과몰입에 따른 게임중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진다. 오죽하면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조차 “게임은 정신의 아편”이라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앞서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환이라고 규정한 부분도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연령층 아동의 경우, 게임을 비롯해 어떤 요소든 빠르게 중독되고 더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접속 시간이 길어지는 추세인데,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셧다운제는 미성년 이용자의 게임에 대한 과도한 몰입을 막고, 게임할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이런 도입 취지를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제도 폐지부터 주장하는 건 그 당위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오히려 제도가 가진 장점을 십분 살리고, 시대적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게끔 보완하고 개선하며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게임은 어느덧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가 됐다. 업계 상위 업체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돈도 수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셧다운제 논란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함이 옳다. 게임 산업과 생태계, 또 이를 둘러싼 규제에 관심이 높아진 지금,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