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이후 서울에서 제사를 지내는 건 2인만 모일 수 있다고요? 수도권에 사는 형제들이 지방 내려가서 제사 지내는 건 된다는 거네요. 그럼 지방 방역에는 안 좋은 것 아닌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12일부터 수도권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시행됐다. 정부가 세운 방역 지침과 거리두기에 대한 자영업자 등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헬스장은 샤워시설 문을 열면 안 되고 수영장은 샤워시설을 열어도 된다니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나온다. 시민들이 정부 지침을 억지로 따르지만 마음으로 수긍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역 완화를 예고하고, 소비 진작책까지 준비한 상태다. 지금도 놀러 다니면서 돈 좀 쓰라며 뿌릴 돈이 추가경정예산안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이쯤 되면 정부 말을 따르기 싫은 시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규제 자체가 허술하다 보니 꼼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수도권에 비해 방역 조치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청주 등으로 ‘원정 유흥’을 가는 문제가 나타났다. 풍선효과다.

꼭 닮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는 작년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 집주인은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향후 재건축 시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건축 시장에 투기세력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다. 결과는 어땠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불만이 폭주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에서는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세를 놓았던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과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전세대란으로 이어졌다. 역시 풍선효과다. 결국 이 규제는 최근 없던 일이 됐다. 부작용만 양산하고 정책은 하루도 시행해보지 못한 채 폐기된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작년 7·10 대책을 통해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높였다. 하지만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은 보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졌다.

결과는 실거주 규제와 비슷했다. 규제를 피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비(非)규제지역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일시적 2주택 특례를 활용한 절세 꼼수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애먼 지방 집값까지 크게 들썩인 상황이다. 이 또한 풍선효과다. 다주택자가 서울 집을 내놓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매물은 오히려 세금을 피해 숨어버렸다.

최근 만난 학계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시행하면서 한 나라 안에서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구분해 무거운 세금을 한쪽에만 적용하는 것도 불합리하고 황당한 잣대라며 비판했다. 기준 자체가 틀렸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규제의 빈틈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었다고도 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의 칼을 빼 들어야 한다면, 시민들과 부동산 수요자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정책을 섣불리 쓰지 말아야 한다.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규제를 피할 방법을 찾아내곤 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에 불만이 많은 경우 부작용은 커지게 마련이다. 언제까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정책을 억지로 따르라고 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