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019년 11월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 박사는 본인이 개발한 인공지능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의 두 가지 발명을 유럽특허를 포함해 국제특허 출원을 했다.

DABUS는 다중 신경망을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그 아이디어는 가치 있으며 참신하다고 판단되는 주제를 발굴할 수 있었다. 탈러 박사는 본인이 일반적인 정보를 입력한 보조자의 역할을 했고, 인공지능인 DABUS가 이 정보에 기초해 두 가지 발명의 기술적 사상을 도출했다고 판단, DABUS를 발명자로 기재해 특허 출원을 냈다.

그런데 영국 법원은 발명자는 자연인에 한정되므로 DABUS의 발명자 지위를 부정했다. 영국과 같이 종래 세계 각국의 특허 당국은 발명자를 자연인으로만 해석했다. 인공지능 발명은 보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호주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호주 법원은 DABUS의 발명자 지위를 인정하는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발명에 대한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인공지능 발명을 촉진하면서도, 현행법상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에게 발명자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에게 발명자 지위가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법인격이 없는 인공지능에게 귀속시킬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이슈는 발명 행위는 사실 행위에 해당하는 점을 근거로 해결이 가능하다. 사실 행위는 의사표시를 본질적 요소로 하는 법률 행위와 달리 의사의 표현을 본질적 요소로 하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도 주체가 될 수 있다. 마치 의사무능력자라도 사실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두 번째 이슈는 결국 법인격이 없는 인공지능이 수행한 발명에 대한 권리를 자연인이나 법인에게 어떻게 승계할 것인가가 이슈다. 그런데 인공지능 발명의 형태는 인간의 지시나 관리에 의해 인공지능이 발명한 것이기 때문에 외형상 발명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무발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직무발명은 종업원 등이 업무범위 내에서 행한 발명은 발명자인 종업원 등에게 원시적으로 귀속하지만, 사용자에게는 직무발명에 대한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종업원이 개발한 직무발명을 사용자인 기업이 승계·소유하도록 하고, 종업원에게는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인공지능이 발명자인 경우에도 직무발명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예약 승계 계약을 전제로 사용자 등이 특허받을 수 권리를 승계하거나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획득하는 규정(발명진흥법 제10조 제1항 및 제13조)이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 규정은 성격상 계약 능력이 있는 자연인을 전제로 한 것(발명진흥법 제15조 및 제16상)이기 때문에 계약 능력이 없는 인공지능에는 적용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는 한국의 직무발명 법제가 발명자 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다.

발명자주의는 자기 노동의 과실인 발명 또는 관념은 원시적으로 본인에게 귀속하므로 그 자신이 가질 자연권을 가진다는 자연권 사상에 기초해 종업원이 행한 발명에 대해서도 민법 제655조의 고용계약의 원칙과는 별도로 예외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명은 발명자의 특별한 능력과 노력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진 것이므로 발명에 관한 권리는 사용자가 아닌 발명자에게 속해야 한다고 의미다. 그러나 종업원 발명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취득할 권리는 발명을 이루게 된 사정과 사용자로부터의 요청 하에 비로소 사용자에게 승계된다.

이에 반해 사용자주의는 고용계약의 원칙을 종업원이 행한 발명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종업원이 행한 발명을 고용계약의 목적으로 본다. 노무의 제공 그 자체로 보며 종업원이 직무상 행한 발명은 모두가 당연히 사용자에게 귀속된다는 의미다.

직무발명과 유사한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에 대해서는 사용자주의 원칙이 도입돼 있다. ‘업무상 저작물’이란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달리 정한 것이 없는 경우에는 그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된다. 권리 귀속과 관련 발명자주의를 채택하는 직무발명과 상이하게 업무상 저작물은 사용자주의를 채택해 예약 승계 없이 사용자가 업무상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원시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발명에도 업무상 저작물에 대한 사용자주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업원과 유사한 지위 또는 형태를 가지는 인공지능이 수행한 발명에 대해서도 별도 계약이나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 없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원시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시키는 사용자주의를 도입, 현행 인공지능의 계약 능력과 인공지능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현행 직무발명 법제와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발명진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발명 중 종업원이 발명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발명을 실행할 때 인공지능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또는 종업원이 발명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발명의 실행을 인공지능에게 지시한 경우에는 기존의 직무발명 법제를 이용해 종업원의 보호라는 발명자주의의 이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스로 발명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발명의 실행을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완수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주의를 도입해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가 당연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