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펑크 #3100. 가로세로 24픽셀(디지털 이미지를 이루는 최소 단위)로 이뤄진 작은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무려 758만달러(약 90억9000만원)에 달한다. 크립토펑크는 지난 2017년 6월 미국 뉴욕 소프트웨어 회사 라바랩스가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토큰) 프로젝트다. 1만개의 캐릭터가 있는데 남자 6039개, 여자 3840개, 외계인 9개, 유인원 24개, 좀비 88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파란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머리띠를 착용한 펑크외계인 모습을 담은 3100번은 가장 비싸게 팔렸다.

크립토펑크는 NFT의 시초로 불리기도 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NFT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NFT는 메타버스와 함께 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다. NFT를 이해하려면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NFT는 특정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기록한 디지털 파일이다. 쉽게 얘기하면 집문서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NFT는 각기 고유의 값을 갖고 있어 대체가 어렵고 위변조 우려도 차단돼 원본, 소유권 인증이 가능하다.

라바랩스가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 NFT 프로젝트 크립토펑크. /크립토펑크 홈페이지 캡처

크립토펑크 3100번처럼 NFT가 투자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면 기업은 NFT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빅테크 기업이 대표적이다. 트위터는 지난달 26일부터 NFT를 구매하면 사용자 프로필에 이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프로필에 NFT 사진을 쓸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도 NFT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NFT 열풍은 게임사가 주도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 버전에 NFT 기능을 도입하고 NFT 기반 아이템 및 캐릭터 거래소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마블도 NFT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 중이고 게임빌은 NFT 거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NFT를 적용한 게임을 준비 중이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인 P2E(Play to Earn) 게임은 아이템이나 재화 등에 NFT를 적용해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준다. 이용자는 거래소를 통해 NFT를 판매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게임사들은 NFT를 과금을 대신할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NFT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NFT를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를 통해 카카오톡 안에서 NFT를 거래할 수 있는 클립드롭스를 출시했다. KT는 그룹사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NFT를 발행한다.

NFT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NFT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NFT 역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투기성 높은 자산이며 최근 열풍은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단 한 점뿐이라는 상징성과 희소성이 있다고 해도 언제든지 복제가 가능하고 원본과 차이가 없는 디지털 이미지가 100억원의 가치를 가질지는 의문이다. NFT를 둘러싼 법적 지위, 과세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여전히 NFT를 둘러싼 이슈는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다. NFT라는 개념 자체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NFT가 메타버스 경제의 핵심 퍼즐 조각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하며 생태계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소유권을 증명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NFT다. 진정한 메타버스 세계가 열린다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핵심 기술인 NFT는 메타버스 경제 시스템의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