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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니콘 마켓컬리가 이르면 5월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다. ‘K-유니콘’ 요건으로 첫 상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적자 기업이어도 성장성을 인정하는 기업에 주는 특례를 적용한다.

그동안 기술력 있는 기업에 이 요건을 적용해 코스닥에 입성한 사례는 있었지만, 코스피에 적자기업이 상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거래소는 작년 4월 심사 기준을 개편해 시가총액이 1조원만 넘으면 적자기업이어도 코스피에 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유니콘’은 영험한 능력의 뿔을 지닌 전설 속의 동물을 뜻하지만, 증시에선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일컫는다. 그만큼 세상에서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으로선 성공 기준이다.

<거대한 침체>의 저자 타일러 코웬 교수는 “고성장 시대는 멈추었고 저성장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뉴노멀’ 시대의 침울한 경제 속에서도 초고속 성장하며 뛰어난 인재와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기업들이 계속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마켓컬리의 상장은 유니콘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상장 성공 여부가 다른 스타트업의 상장 흥행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자기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첫 번째가 공모가 거품 논란이다. 통상 기업은 상장할 때 희망공모가를 주가수익비율(PER)로 산출한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상장사를 비교기업으로 해 이 회사의 1주당 수익이 몇 배인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마켓컬리도 PER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한다. 컬리의 연결 기준 순손실(2020년)은 2224억원이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87억원이다.

이런 적자기업은 PER 비교가 불가능하다. 순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컬리는 미래에 발생할 추정 순이익을 끌어와 공모가를 산출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앞으로 3년 후 1000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해 그 가치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커머스 1호 상장이기 때문에 비교기업도 마땅치 않다. 미국에 상장한 쿠팡이나 영국의 오카도 같은 기업을 비교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PER을 적용하고 여기에 할인율 10~30%를 하는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출할 가능성이 높다.

적자기업의 공모가 산출 과정은 과도하게 낙관적일 수 있다. 6~7년째 적자인 기업이 상장 후 2~3년만에 흑자로 전환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커머스는 물류가 핵심인데, 배송지역을 확장하기 위해선 물류센터를 계속 지어야 하고 인건비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테슬라 요건을 부여받아 수제맥주 가운데 처음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회사도 7년째 적자를 냈지만 수제맥주 브랜드를 인정받아 증시에 입성했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하락했고 40%나 떨어졌다. 적자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커진 탓이다.

최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신라젠은 어떠한가. 임상 3상 중인 펙사벡이라는 간암 치료제가 3상 통과에 이어 품목허가(시판승인), 각국의 진입장벽까지 통과해 4년 후 시판될 것을 기정사실화 한 후 2016년 공모가를 산출했다. 그 역시 6년째 적자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공모가를 산출할 수밖에 없었다.

<유니콘>의 저자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상장기업들은 반드시 상장 효과와 상장유지 비용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유니콘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직 확고한 수익구조를 갖지 못한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은 유니콘들의 기업가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 효과보다 상장유지 비용이 더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상장유지 비용은 회계비용, 이사회비용, 공시비용 등 금전적 비용과 함께 공시 의무, 주주들로부터의 다양한 요구 조건 등의 비금전적 비용을 포함한 부정적 효과를 포함한다.

상장하게 되면 창업자의 의도대로만 기업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데,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에는 이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또한 풀어줄 필요가 있다. 자본금 50% 이상 잠식이 2년 연속되는 경우 등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마켓컬리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는 상장 시점의 기업가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른바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주가 그래프가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매년 우상향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희망 공모가는 현실적으로 책정되길 바란다.

미래의 마켓컬리 주가 그래프는 어떤 모습일까. 김 대표는 애플처럼 되기를 기대했다. 애플은 낮은 공모가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오르고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날 최고치를 찍었다. 투자자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