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석탄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석탄 채굴량 감축에 나섰다. 향후 3~5년간 석탄 생산능력을 최대 10억 톤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중국엔 약 1만760개의 탄광이 있었는데, 이 중 절반 정도인 5600개를 없애겠다고 했다.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 새 탄광 프로젝트 승인도 중단했다.

그러나 석탄은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에너지원이다. 중국 전력 생산에서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이 57%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을 소비하는 국가도 중국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이후 석탄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호주는 2019년 중국 발전용 석탄 수입량의 38%를 차지했을 정도로 주요 석탄 공급국이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호주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석탄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코로나 사태 진정 후 ‘세계의 공장’인 중국 내 산업 활동 재개로 석탄 수요가 급증하자 석탄 가격은 급등했다. 중국 내 석탄 선물 가격은 올 들어 이미 3배 이상 비싸진 상황에서, 지난달 19일엔 톤당 1982위안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찍었다.

석탄 가격 급등은 석탄을 주원료로 하는 요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요소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데, 중국에선 주로 석탄으로 요소를 만든다. 중국 정부는 9월 24일 지방정부와 국유 기업에 석탄·천연가스 등을 요소를 포함한 화학 비료 생산에 우선 공급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10월 11일 요소를 포함한 29종의 비료 품목에 수출 전 검역·검사 제도를 도입하고 나흘 뒤인 15일 전격 시행했다. 중국 내 재고 확보를 위해 수출을 통제하며 사실상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중국산 요소에 수입 물량의 90% 이상을 의존하던 한국에선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요소수 공급 대란이 벌어졌다. 요소수는 주로 경유(디젤) 차량 배기가스(질소산화물)를 정화하는 데 쓰는 액체로,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차량뿐 아니라 여러 산업 현장에서 쓰인다. 한국에선 2011년 요소 생산이 중단된 후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상황에서 공급난 전조가 보이는데도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요소수 업계가 9월부터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가능성을 예상하고 정부에 얘기도 했으나, 정부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된 지 2주가 지난 10월 29일 이탈리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하면서도 요소수 사태를 언급하지 않았다. 몰랐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이달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요소수 문제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했다. 주무 부처인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대책 협의도 없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전 산업계로 위기가 번졌다.

이번 요소수 사태로 ‘차이나 리스크’는 더 분명해졌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품목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비율이 80%가 넘는 수입품이 3941개이고, 그중 거의 절반인 1850개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산업에 필요한 부품 상당수도 중국에서 들여온다. 중국이 내키는 대로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공급망을 흔들어도 한국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둘의 싸움이 커지면, 언제든 요소수 대란 같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