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 ‘봉교’가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지난 2013년 서울 상수동에서 처음 손님을 맞이한 봉교는 올해 6월 말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봉교를 즐겨 찾던 손님들은 폐업 간판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본력과 마케팅을 앞세운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골목 구석구석까지 침투하면서 동네 빵집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대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입하거나 골목상권까지 침투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개발그룹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종말을 보여준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공공의 적으로 몰리며 비판받는 대목이 문어발식 확장이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대기업이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지정됐고, 네이버도 올해 5월 신규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주가가 한창 잘 나갈 때 140조원을 넘기도 했다.

신흥 정보기술(IT) 대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각각 포털과 메신저라는 플랫폼을 앞세워 사용자를 늘려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을 높인 두 기업은 데이터 장악력과 네트워크 효과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독점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GAFA’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이 성장한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한데 문제는 플랫폼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기보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업종을 넘나들며 기존 업체와의 제휴, 인수 등으로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 경제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의 편리한 서비스에 취해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플랫폼의 ‘연결비용(수수료)’은 독이 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이 경제 활동 전체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승자 독식으로 귀결되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진입자를 막는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더는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한때는 스타트업이었고, 혁신 기업이었다. 하지만 혁신의 얼굴은 독점의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수수료 장사나 하는데, 이게 과연 혁신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정부와 정치권도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 구조에 규제의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플랫폼 기업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