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유럽,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중국. 나열한 6개국의 공통점은? 모두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국가다. 중국의 첫 무인탐사선 ‘톈원(天問) 1호’에서 분리된 화성 탐사 로버 ‘주룽(祝融)’이 지난 15일 화성 북반구 유토피아 평원 남쪽에 성공적으로 내려앉았다. 중국은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국가가 됐다. 우주 산업 변방에 머물던 UAE는 지난 2월 우주탐사선 ‘아말’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시키며 단숨에 세계 다섯 번째 화성 탐사 성공 국가로 발돋움했다.

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송골매) 2호’는 지구를 떠난 지 6년 만인 지난해 12월 소행성 ‘류구’의 토양 시료 100㎎을 지구로 보내왔다. 시료를 담은 캡슐은 지구에서 약 22만㎞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하야부사 2호에서 분리돼 호주 서부의 사막 우메라제한구역(WPA)에 정확히 착륙했다. 학계는 캡슐에 담겼을 물질을 생명의 기원과 태양계 진화과정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행성 샘플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일본과 미국뿐이다. 귀환까지 성공한 건 일본의 하야부사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지금쯤 달 탐사선을 운용하고 있어야 하지만, 우주개발이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면서 계속 미뤄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2020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 및 운용 기술 수준은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로 했을 때 60%에 불과하며 기술 격차는 18년이다. 중국(85%), 일본(85%), 유럽연합(EU)(92%)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거리가 멀다.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올해 10월 첫 발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2013년 ‘나로호’를 발사할 때 러시아에서 만든 발사체를 빌려 사용했다. 누리호는 정부가 2010년부터 총 1조9572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해온 한국형 우주발사체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 독자적 발사체 보유국이 된다.

발사체가 없으면 무한한 우주에서 우리 몫은 단 한 뼘도 없다. 우주 개발은 소수의 선도국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며 주도하는 산업인데, 발사체는 우주 카르텔에 들기 위한 일종의 ‘입장권’인 셈이다. 기술 수준을 입증해야 우리도 국제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간 우주 산업도 걸음마를 떼고 있다. 소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기업 페리지항공우주가 대표적이다. 페리지를 이끄는 신동윤 대표는 올해 24세다. 페리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상업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신 대표의 꿈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의뢰한 인공위성을 지상에서 우주 궤도로 운반하는 ‘우주 모빌리티’를 만드는 것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신 대표와 그의 동료들은 우주 산업 개척을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우주 패권 전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지만, 한국의 우주 기술 경쟁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주 기술 개발 계획을 뚝심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우주청’과 같은 독립된 전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예산 투입은 필수다. 정부의 국내 우주 개발 R&D 투자금액은 미국의 2%, 일본의 20%, 인도의 60% 수준에 그친다.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건 국가 지도자의 의지다. 우주 개발은 최고 지도자가 직접 챙겨야 하는 사업이다. 미국, 일본, 중국이 그랬다. 한국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맡고 있다. 일본의 우주개발전략본부장이 누구인지 아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