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인재 다양성을 내세운 카카오가 구글, 네이버보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차기 대표도 여성이 내정된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향후 몇년 내 직원 성비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카카오의 ‘2023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전체 직원 3901명(지난해 기준) 중 1718명(44.0%)이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인 2020년(1115명)과 비교해 약 4%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전체 임직원 숫자가 늘면서 남성 직원도 2020년 1682명(59.3%)에서 지난해 2183명(56.0%)으로 증가했지만, 비율은 3%P 넘게 감소했다. 카카오의 남여 직원 성비 격차는 2020년 18.6%P 차이에서 지난해 12%P로 줄었다.

이는 최근 카카오 신규 채용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87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 중 417명(47.9%)이 여성이었다. 지난 2020년 신규 채용에서는 여성 비율이 39.6%였는데 2년 새 8.3%P 증가했다. 신규 입사자 성비 격차는 2020년 20.8%P에서 2022년 4.2%P로 줄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이 20%대인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는 높은 수치다. 특히 국내 경쟁사인 네이버는 물론 ‘인재 다양성’을 오랫동안 내세운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보다 앞섰다.

네이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전체 직원 4221명 중 여성이 1663명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예전부터 인재 다양성을 추구한 구글은 카카오보다 여성 직원 비율이 크게 못 미쳤다. ‘2023 구글 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올해 구글 여성 직원 비율은 34.9%(글로벌 기준)로 지난해(33.9%) 대비 1%P 상승하는데 그쳤다. 미국 본사 기준으로도 여성 직원 비율은 33.5% 수준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카카오는 여성 직원이 많아지면서 고위직에서도 여성 리더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여성 고위 관리자 수는 2020년 24명(22.4%)에서 지난해 58명(34.1%)으로 증가했다. 이사회 멤버 7명 중 4명이 여성으로 남성보다 많다.

내년 3월부터 카카오를 새롭게 이끌어갈 대표도 여성이 맡게 됐다. 현재 카카오벤처스 대표인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10여년간 벤처캐피탈(VC)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커머스·광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의 직원들도 한층 더 젊어졌다. 일명 Z세대(1990년대 중후반 이후 출생)로 불리는 20대 직원은 1141명(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직원에서 29.2%를 차지했다. 2020년보다 7.2%P 상승한 수치다. 직원 3명 중 1명이 20대인 셈이다. 같은 기간 30~50세 직원 비율은 77.2%에서 69.5%로 감소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목소리가 약했기 때문에 카카오의 경우 여성만의 이슈를 잘 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위기인 상황에서 ‘여성을 더 뽑아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이들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