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규 건축 허가를 받은 국내 데이터센터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수요 불균형 우려에 정부는 ‘지역 분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6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에서 신규 건축 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는▲SK브로드밴드 인천 오류동 데이터센터 ▲SK브로드밴드 양주 데이터센터 ▲GS건설 고양 일산 데이터센터 등 7곳이다. 착공 신고를 한 데이터센터는 이지스자산운용 고양 삼송 데이터센터 등 5곳이다.
통신사뿐 아니라 건설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준비 중이다. 반면 올 상반기 비수도권 지역에서 신규 건축 허가를 받은 곳은 파워링크 Kati 충주 데이터센터, KT클라우드 경북 데이터센터 2곳이다. 신규 착공 신고는 없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건물·시설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연중 24시간 서버·스토리지 가동, 내부 항온·항습 유지 등을 위해 많은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1개당 연간 전력사용량은 평균 25GWh(기가와트시)로, 4인 가구 6000세대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에 정부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장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될수록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9년까지 수도권에 건설이 예상되는 수백여개 신규 데이터센터 중 6.7%만 즉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송배전망 등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전력계통이 충분하지 않아 전력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산자부는 지난 3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전력공사가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 공급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비수도권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전기 시설 부담금 감면 및 예비 전력 요금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가 적용, 수도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전기료 부담이 가중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접근성 등을 이유로 수도권을 여전히 선호한다. 자사 인프라가 아닌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려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고객을 유치하는 데 수도권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발빠른 장애 대응 등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워 지방의 경우 공실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서치팀장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엔지니어 인력이 중요한데 수도권이 아니면 구인 자체가 어려워진다”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를 위해 건설하는 데이터센터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