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스타트업을 통해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 등 성공적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11일 벤처 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의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5건, 투자 금액은 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두 기업의 투자 건수(106건)와 투자 금액(544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전문 벤처캐피털(VC)인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통해 성장을 돕고, 향후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기업공개(IPO) 진행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추가 수익을 창출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절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과 풍부한 자금 유동성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021년 861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불과 1~2년 새 금리가 급등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타트업 혹한기’로 불릴 만큼 투자의 씨가 말랐다. 스타트업 민간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반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41.5%, 68.3% 줄어든 수치다. 올해 직방, 야놀자 등 국내 대형 스타트업마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환경도 주요 원인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사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야하는 만큼 당분간 스타트업 관련 투자가 예전처럼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체적인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 구축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네이버가 최근 4년간 AI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원 수준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한 정치권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스타트업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증시 불황으로 IPO가 어려워져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편입하려 해도 ‘문어발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려워진 것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요람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의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한 327억달러(약 44조1744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액 기준으로는 약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