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주행 중인 카카오T 택시./뉴스1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앱 ‘카카오T’가 고객등급 제도를 선보인지 1년 반이 다 되어 가도록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다른 중개 앱의 경우 높은 등급의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T 일부 이용자들은 ‘고객을 호갱(호구+고객) 취급하는 것 같다’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8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는 2021년 12월 신설한 고객등급 시스템을 아직 베타서비스로만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T 등급은 가장 낮은 패밀리 등급부터 브론즈, 실버, 골드, VIP 등 총 5개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택시, 대리, 퀵, 바이크, 킥보드, 시외버스, 기차 등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180일 동안의 누적 점수를 평가해 산정한다.

패밀리에서 VIP 등급이 되려면 3001점의 누적점수가 요구된다. 100점을 얻기 위해선 카카오T를 통해 약 1만원 수준의 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VIP 등급이 되어도 혜택은 없다. VIP 등급이 되면 ‘대단해요!. 이동 신입니다.’라는 축하 문구 한 줄만 나온다.

카카오T 앱 화면./독자 제공

택시비 인상으로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진 카카오T 이용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VIP 등급이 된 한 이용자는 “VIP 등급이 되었다고 알림을 받아 혜택을 찾아봤더니 어떤 것도 없었다”면서 “택시비가 올라도 업무상 어쩔 수 없이 타야 될 때가 많은데 마치 조롱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카오T VIP 등급 이용자는 “당연히 혜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카카오T와 같은 중개 앱 서비스는 고객등급 제도를 통해 쿠폰이나 선물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경쟁 앱 서비스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대표 중개 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의 경우 고객등급이 고마운분, 귀한분, 더귀한분, 천생연분 등 4가지로 나눠진다. 귀한분 이상은 모두 VIP 등급으로 매월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독점 사업자라 고객 이탈을 신경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T는 현재 택시호출 서비스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규제로 묶여 자율권이 적다. 고객 혜택을 강화하는 부분도 시도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서 “고객등급 제도가 정식 서비스로 전환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