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홈페이지 캡처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모두 삭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콘텐츠만 지워 비판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실시간 접속 주소를 알려주는 팝업창까지 띄워놨다. 그동안 누누티비는 수사기관에 의해 사이트 접속이 막힐 때마다 주소를 매번 옮기면서 수사를 피해왔는데,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밝힌 이후 지금까지도 도메인 업데이트를 하면서 불법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누누티비에 올라왔다.

4일 누누티비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누 실시간 접속주소’라는 팝업창이 나온다. 이 팝업창을 클릭하면 ‘누누티비 공식주소 및 우회방법 안내’라는 공지로 연결된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달 31일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됐는데, 누누티비 현재 공식 주소와 텔레그램 주소, 자동 리다이렉트 주소가 안내돼 있다.

누누티비는 공지를 통해 “이용자분들께서는 아래 가이드를 참고해서 기존 도메인 주소가 막혀도 접속이 될 수 있도록 설정 진행을 부탁드린다”며 “텔레그램 주소 소식 채널도 수시로 확인 부탁드린다”고 했다. 공지에는 ‘모바일에서 접속 차단이 된 경우 간편하게 우회할 방법’, ‘PC에서 접속 차단이 된 경우 간편하게 우회할 방법’ 등도 안내돼 있다.

2021년 개설된 누누티비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국내외 유료 OTT의 신작 콘텐츠를 공개되는 즉시 스트리밍해왔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국내외 OTT 플랫폼의 드라마와 영화도 불법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방송·영화·OTT 분야 관계자들이 모인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2021년 누누티비가 개설된 후 지난달까지 조회수는 총 18억1200만회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조회수를 OTT 구독료 중 비교적 저렴한 2750원으로 산정하면 피해액은 최소 4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콘텐츠 대응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URL(인터넷주소) 차단을 하고 있지만 누누티비는 수시로 도메인을 변경하며 운영을 지속해왔다. 사이트 주소를 ‘누누티비1′ ‘누누티비23′ ‘누누티비33′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누누티비를 입력하면 사용자들이 누누티비가 옮긴 주소를 찾으려고 했던 흔적이 ‘누누티비 우회’ ‘누누티비 평생접속’ 같은 연관 검색어로 표시된다. 누누티비는 무료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대신 불법 도박 광고 배너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달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국회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누누티비를 비롯한 불법 사이트 문제에 정교하게 대응하고 개선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지난달 23일 누누티비는 “금주 내로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삭제할 예정이다”라며 “일괄 삭제한 후에도 국내 OTT 관련 자료가 남아있는 경우 고객센터 이메일로 알려주면 제거하겠다”고 했다. 또 “국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보호 또한 강화할 예정이며 필터링 또한 적용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누누티비는 우회 경로를 공지사항으로 안내하며 여전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누누티비가 한국 OTT 콘텐츠에 한해서만 삭제하겠다고 했기에,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콘텐츠나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오징어게임’과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이 여전히 검색된다. 또 국내 채널 ENA에서 방영됐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여전히 시청이 가능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뿐 아니라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누누티비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법망을 피해가며 운영할 경우 원천적인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누누티비는 불법이기 때문에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운영자를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며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