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홈페이지 메인화면. /크림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이 설립 3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하며 최대 98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크림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림은 앞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뒤, ‘의도된 적자’ 전략을 접고 수익화에 시동을 걸었다.

4일 크림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50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알토스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동일한 방식으로 조달한 1700억원 규모의 자금까지 합쳐 총 2206억원 규모로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한 것이다. 기존 주주인 알토스벤처스와 미래에셋캐피탈이 후속 투자에 참여했으며, 삼성증권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엑시옴아시아 등 해외 펀드 2곳도 투자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투자 유치로 크림이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9700억~9800억원 수준이다.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0배 넘게 뛴 것이다. 2021년 3월 크림이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할 때만 해도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900억원에 불과했다. 시리즈B 투자 때와 비교하면 기업가치가 4배 이상 올랐다. 2021년 9월 시리즈B 투자 이후 크림이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4000억원이었다.

크림이 설립 이래 지분을 투자한 국내외 기업 목록. /표=박수현 기자

크림은 네이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C2C(개인 간 거래)의 핵심 계열사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2020년 5억원을 출자해 세운 리셀(한정판 제품 재판매) 플랫폼으로, 2021년 1월 물적 분할을 통해 독립했다. 한정판 스니커즈 판매에서 출발해 지금은 명품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동시에 공격적인 기업 지분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까지 국내외 리셀 및 제품 검수 기업 총 13곳에 803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지표도 긍정적이다. 크림의 지난해 1분기 거래액은 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2분기엔 240%, 3분기엔 270%, 4분기엔 190%가 늘었다. 이용자도 증가세다.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크림은 올해 2월 월간활성이용자(MAU) 100만명을 기록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크림의 MAU가 500만명에 다가서고, 거래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크림을 ‘아시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필리핀에서 한정 판매 중인 운동화를 국내 이용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아시아 전역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크림은 이미 사솜컴퍼니, 소다, 키스타테크놀로지, 셰이크핸즈 등의 지분을 취득하며 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지역에 거점을 마련했다.

궁극적으로는 크림을 중심으로 일본(빈티지시티)과 유럽(베스티에르콜렉티브·왈라팝), 북미(포시마크)를 잇는 C2C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게 네이버의 구상이다. 전폭적인 지원의 일환으로 시리즈C 투자 초기 500억원도 출자했다. 네이버가 스노우를 거치지 않고 크림에 직접 투자한 첫 사례다.

서울 광진구 커먼그라운드 1층에 위치한 크림 오프라인 접수센터. /크림

지난해 4월부터는 수익화에 돌입하며 흑자전환에 나섰다. 1년 새 수수료를 9번 상향 조정했다. 크림은 충성 고객 확보를 통한 시장 선점을 목적으로 지난 2년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적자 폭이 늘어났다. 2021년 약 600억원에 이어 지난해 약 8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크림이 구매 수수료를 최대 5%, 판매 수수료를 최대 10%로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셀 업계 1위인 미국 스탁엑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다. 스탁엑스는 현재 구매 수수료 3~5%, 판매 수수료 8~10%를 부과 중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2022년 결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 대비 수수료가 매우 낮은 만큼 올릴 여지가 충분히 남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크림의 상장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JP모건에서 한국 IB부문을 이끌던 김영기 대표를 영입,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인수합병(M&A) 업계에서 20년 이상 몸담은 전문가로,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매각,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 카카오페이 기업공개(IPO) 등을 이끈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네이버제트를 우선 상장하고 이어 크림을 상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크림 관계자는 “상장을 희망하고 있지만, 예상 시점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기에는 이르다”며 “제품 검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연내 추가 수수료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경쟁,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할 방침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