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연합뉴스

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계열사 수를 줄이기로 했지만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해 4월 “올해 계열사 수를 30~40개 줄이겠다”라고 공언했지만 카카오는 오히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대어 사냥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카카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127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 138개 대비 11개가 줄어든 수준이다. 에픽스튜디오, 엔프렌즈게임즈, 지우게임즈 등이 흡수합병(M&A)으로 계열사에서 제외됐고 툰노리, 파트너 등이 청산됐다.

카카오가 계열사 수 줄이기에 집중하는 건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플랫폼 독점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친숙한 이미지를 앞세워 은행, 택시, 엔터테인먼트 등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2018년까지 65개로 주요 대기업 평균과 비슷했지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최근 3년간 2배로 늘었다. 재벌식 경영을 답습했다는 비판이 커진 배경이다.

계열사 확장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카카오는 지난해 계열사 수를 줄여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약속 이행은 더뎠고, 여전히 카카오 계열사 수는 국내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상태다. 청산한 계열사 대부분도 소규모 게임스튜디오, 유통사 등이다. 계열사 수 줄이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지난해 카카오 계열사로 신규 편입된 회사는 18개에 달한다. 웹툰·웹소설 제작 역량 확보를 위해 설립한 제작사인 넥스트레벨스튜디오, 영화 제작사인 영화사 집, 화물 중개 플랫폼인 전국화물마당,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카카오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수를 줄이고 있지만, 새로운 계열사를 늘리면서 전체 숫자는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카카오는 대외적으로 중앙 집중식 사업 방식으로 전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국내 계열사 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각 계열사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지양하는 동시에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통해 계열사별 사업 확장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억울하다”라는 입장이다. 계열사의 80%는 30인 미만 소규모 업체로 웹툰, 웹소설, 게임 개발 스튜디오, 음악 제작사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 공동체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계열사 간 통합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지난 1년간 30여개 회사가 흡수합병, 지분 매각, 청산종결 등의 사유로 계열 제외됐지만 창작 생태계 확장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신규 회사들이 계열 편입되면서 사업보고서에는 11개 계열사만 순감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도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소규모 계열사를 제외하면 실제 계열사 수는 10개 미만일 것”이라며 “단순하게 숫자가 아닌 특성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경영 형태는 몸집 부풀리기로 덩치를 키운 재벌들과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카카오가 독점적 플랫폼(카카오톡)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인재를 빨아들이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M엔터 인수를 놓고 하이브와 1조원대 인수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카카오가 얼마나 무서운 회사인지 경험하게 됐다”라며 “카카오의 사업 모델을 보면 혁신보다 덩치를 키워 사업을 확장하려는 모습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