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300만명을 확보한 알뜰폰(MVNO) 업계가 5G(5세대 이동통신)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5G 중간요금제를 통해 1.3%에 불과한 5G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알뜰폰 5G 요금제는 기존 통신 3사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해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노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국내 19개 주요 알뜰폰 업체 가운데 10개 알뜰폰 사업자가 5G 중간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1월 KT엠모바일을 시작으로 SK세븐모바일, U+유모바일, LG헬로비전, 프리티, 이야기모바일, 밸류컴, 모빙 등이 월 데이터 제공량 21~35GB 수준의 요금제를 내놨다. 월 이용요금이 평균 3만5000원(유심요금제 기준) 정도로 5만원대인 통신 3사 대비 2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G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7기가바이트(GB) 수준이다. 반면 기존 5G 요금제는 월 데이터 제공량이 10GB 이하, 100GB 이상 등으로 양분됐다. 5G 가입자 이용자 대부분이 100GB 이상 무제한 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래픽=편집부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5G 중간요금제다.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20~30GB 수준 5G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해 8월 데이터 제공량 24~31GB 수준의 5G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반면 알뜰폰 사업자는 5G 중간요금제 출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1월 전체의 16.9%에 달하는 1306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알들폰 사업자는 통신망 사용료인 도매대가를 감안할 때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망설였다.

신호탄을 쏜 건 KT엠모바일이다. KT엠모바일은 알뜰폰 업계 최초로 지난 1월 5G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이달 초에는 U+유모바일이 3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알뜰폰 사업자 대부분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정부는 알뜰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계 통신비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적극 지원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고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알뜰폰 업계가 요구 중인 도매대가 인하를 위해 직접 통신 3사와 협상하는 등 알뜰폰 5G 서비스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기정통부는 한발 더 나아가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통신 3사의 과도한 알뜰폰 시장 개입이 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소규모 알뜰폰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을 적극 지원해 알뜰폰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10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통신 시장 전체로 봤을 때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도매대가 산정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