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가 올해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4세대 이동통신(LTE) 가입자 수를 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G 품질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데다 요금제까지 고가로 설계돼, 소비자들이 LTE가 주력인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입자 2000만명이 넘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유명한 핀테크 업체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통신 3사를 향한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5G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755만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 2092만명 대비 약 664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월평균 5G 가입자수가 60만명씩 늘어난 셈이다. 2021년에는 매월 80만명씩 가입자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됐다. 통신업계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5G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해 월별 추세를 고려하면 5G 가입자 수는 12월 기준 2800만명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전망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반면 LTE 가입자 수는 감소세가 오히려 둔화됐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LTE 가입자는 4649만명으로 2021년 12월 4829만명과 비교해 180만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월평균 가입자 감소폭은 16만명 수준이다. 2021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절대적인 가입자 수만 보더라도 LTE 가입자가 5G 가입자 수보다 2배 가까이 많다. LTE는 2011년 7월 상용화됐는데 2년 만인 2013년 6월에 2297만명을 돌파하며 3G 가입자 수(2210만명)를 넘었다.
LTE 가입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5G 요금제가 비싸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가 상용화된지 올해 4년째인데 아직도 5G를 쓰지 않고 LTE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비싼 요금제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라며 “5G에 가입할 사람은 대부분 가입했을 것으로 추정돼 가입자 수 증가 속도가 올해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통신 3사가 출시한 5G 중간요금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K텔레콤이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월 6만1000원에 각각 30GB와 31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하지만 100GB 이상의 고가 요금제와 비교해봐도 월 2만원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적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는 통신사들이 더 다양한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좀 더 다양한 중간요금제를 만들 수 있도록 서로가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스가 조만간 알뜰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통신 3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TE뿐 아니라 5G 요금제도 통신 3사보다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토스는 요금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 항목을 살펴보면 ▲월 2만원(5GB) ▲월 2만5000원(10GB) ▲월 3만원(25GB) ▲월 3만5000원(50GB) ▲월 4만5000원(100GB) ▲월 6만9000원(무제한) 등이다. 이 요금제가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와 비교하면 데이터 제공량 대비 가격대가 더 저렴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2000만명이 넘는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기존 통신업체들에는 위협적인 일이다”라며 “경기 침체 때문에 소비자들이 올해는 더욱 통신 비용을 줄이고자 고민할 것으로 보이는데 통신 3사도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