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넷마블 부스에서 게임을 체험 중인 모습. /윤진우 기자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확률 표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이달 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재상정되면서 개정안 통과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 업계는 ‘국내 게임사만 역차별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게임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계류 중인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진행됐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의 반대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 이유로 거론된 모니터링 문제, 해외 게임사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이번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개정안 통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 아이템 확률 표시 의무, 컴플리트 가챠(뽑기로 나온 아이템을 결합해 더 강력한 아이템을 만드는 행위) 금지, 게임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 및 게임물이용자위원회 설치, 게임사의 자율적인 등급 분류 표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게임 아이템의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캡슐형 아이템)을 뽑아 캐릭터를 얻는 한 모바일 게임.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

현재 게임 아이템 확률 표시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회원사를 중심으로 자율 규제로 이뤄지고 있다.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는 의미다. 다만 자율 규제인 만큼 강제성이 없고 업체마다 공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에 오류가 있어도 검증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는 만큼 법으로 규정해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왔다.

지난 2021년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시작으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게임 산업을 덮으면서 정치권은 앞다퉈 게임산업법 개정안 발의를 시작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이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를 위한 4가지 약속’을 발표하면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급물살을 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게임사가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또 게임사가 확률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벌칙, 영업 정지, 영업 폐쇄 등을 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템의 확률과 내용을 공개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관련해 진행된 고객간담회 모습. /뉴스1

게임 업계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는 곳은 중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미국은 규제가 없고 일본은 자율 규제로 확률형 아이템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확률을 숫자로 기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외로 수출하는 게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중국 게임이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자율 규제 미준수 게임 명단에 매달 이름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에 따라 국내 게임사는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반면 해외 게임사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중견 게임사 임원은 “국내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는 반면 중국 게임 대부분은 확률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국회가 국내 게임 산업을 역차별하고 옥죄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의 필요성으로 기울고 있다.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통한 이용자 피해 예방과 확률형 아이템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게임사가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