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지난 2016년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전 세계는 인공지능(AI) 딥러닝(심층 학습)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AI를 비즈니스 전반에 활용하는 사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AI가 가치를 창출하는 대신 마케팅 용어로 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AI는 비즈니스 용어’라는 회의론이 나오면서 AI에 대한 기업과 대중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지난 2020년 ‘쉽게 적용 가능한 AI로 비즈니스를 근본부터 변화시키자’는 철학으로 회사를 설립한 것도 AI가 기업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업스테이지에서 AI 비즈니스 전략과 AI 사업 개발을 이끄는 권순일 업스테이지 비즈총괄은 “모든 사람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기업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는 기본적인 AI 생태계 구성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AI의 근본적인 특징 때문이다”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업스테이지 오피스에서 만난 권 총괄은 “대기업도 AI를 개발해 내재화하고 있지만, 내재할 능력과 AI 전문 기업에 맡겨야 될 문제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다”라며 “쉽게 AI를 도입,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전문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AI 도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권 총괄은 삼성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엔지니어와 맥킨지, 엘리먼트에이아이 동북아시아 사업 총괄을 거쳐 업스테이지에서 일하고 있다.

권 총괄이 정의하는 AI는 기계가 인간의 지적 판단이나 행동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래밍이다. 그는 “AI는 인간이 직접 규칙을 만드는 전통적인 프로그램부터 딥러닝까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한다”라며 “개념으로 보면 AI에 머신러닝이 포함되고, 딥러닝이 그 안에 있다”라고 했다. 현재 우리가 언급하는 AI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주로 의미한다는 게 권 총괄의 설명이다.

업스테이지는 기업들이 AI 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패키징 형태로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데이터 및 서비스 플랫폼에 AI 모델과 데이터 툴 등을 포함해 AI 개발자 없이 AI를 쉽게 도입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 제공

머신러닝은 인간이 특징을 규정한 후에는 직접적인 규칙 없이 컴퓨터가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학습해 규칙을 만드는 기술이다. 딥러닝은 신경망 기반의 고도화된 머신러닝으로, 다층의 학습 구조를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가 특징을 알아서 추출하고 규칙을 만든다. 권 총괄은 “딥러닝 이전의 AI는 사람을 인지하기 위해 ‘팔 2개, 다리 2개, 얼굴 비율’ 등을 규칙으로 넣으면 50~60% 인식률로 사람을 인식했다”라며 “딥러닝 적용 후 인식률은 80%로 개선됐고, 현재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사람을 인식한다”라고 했다.

업스테이지가 다루는 AI는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는 딥러닝 분야라는 게 권 총괄의 설명이다. 그는 “딥러닝은 분야나 기술에 따라 기술적 편차도 심하고, 제대로 된 도입에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라며 “업스테이지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수준의 성숙된 기술을 선정해 어떤 기업이든 쉽게 AI를 도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AI 솔루션 개발과 구축 과정이 필요했고, 이는 많은 비용을 오랜 시간 투입하면서도 낮은 지속 가능성을 보이는 문제를 야기했다”라며 “업스테이지는 기업에 맞는 패키지 형태의 AI 추천 팩을 통해 AI 역량이 없는 기업도 저비용, 단시간에 AI 도입이 가능하도록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라고 했다.

업스테이지가 제공하는 광학문자인식(OCR) 팩은 이미지 내 텍스트 정보를 읽는 걸 넘어 자연어이해(NLU)를 통해 이미지의 핵심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분류한다. 추천 팩의 경우 사용자의 행동 정보를 분석해 최적화된 결과(콘텐츠, 상품 등)를 추천한다. 권 총괄은 “OCR 팩을 보험회사에 도입할 경우 수기로 입력했던 진료비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 등을 자동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중요 정보만 별도로 정리할 수 있다”라며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권 총괄은 대부분의 기업이 AI 기술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지속적인 관리의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기업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기본적인 AI 생태계 구성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AI의 근본적인 특징 때문이다”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인재를 확보해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직접 관련이 없는 AI 기술 도입에 집중하다가 개발과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실패하고 있다”라며 “이런 실패 경험은 AI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연결되면서 AI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라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내재화할 것과 AI 전문 기업에 맡겨야 할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권 총괄은 조언했다.

권 총괄은 AI 기술이 앞으로 성숙한 AI 기술을 구현하는 방향과 인간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범용 AI로 각각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성숙한 AI 기술은 누구든지 쉽고 편리하게 AI 기술을 비즈니스에 도입해 활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범용 AI는 최근 주목받는 초거대 인공지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언어를 넘어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인간에 가까운 복합지능을 구사하는 AI를 말한다.

권 총괄은 “업스테이지는 AI 기술의 발전 방향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는 성숙한 AI 기술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고성능 AI를 얼마나 쉽게 기업들이 도입할 수 있게 만드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업스테이지는 다양한 AI 적용 사례를 발굴해 AI 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AI 솔루션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권 총괄은 “AI 기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업스테이지의 사업 목표다”라며 “내년부터는 국내를 넘어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진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