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월10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뉴스1

KT가 12월부터 멤버십 VIP 등급 기준을 높였다. 멤버십을 제공하는 요금 기준을 4세대 이동통신(LTE)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대폭 올린 것이다. KT뿐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멤버십 제도는 혜택이 매년 줄어들고 그마저도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KT가 이번에 멤버십 기준까지 변경하자 소비자 사이에선 5세대 이동통신(5G) 강제 가입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 KT, LTE 8만9000원 요금제 선택해야 VIP 혜택

2일 KT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LTE 요금제에 신규 가입하는 사람은 7만5500원 이상의 요금제를 선택해야 멤버십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은 6만9000원 이상 요금제를 이용하면 VIP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KT가 이번에 VIP 등급 기준을 변경한 것은 5G 요금제 이용자와 LTE 요금제 이용자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5G 이용자에게는 예전부터 7만5500원 요금제를 이용해야 VIP 등급을 제공했던 것이다.

문제는 KT가 제공하는 LTE 요금제 중에서 7만5500원 이상 요금제는 8만9000원짜리 요금제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요금 기준은 7만5500원으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멤버십 혜택을 받으려면 LTE 요금제는 8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5G 요금제의 경우도 7만5500원 이상 요금제 중에서는 8만원 요금제가 가장 저렴하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LTE 요금제를 이용하려면 VIP 멤버십 혜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KT가 강제로 5G 요금제에 가입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심지어 5G 중간요금제를 이용하면 VIP 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 KT가 제공하는 요금제 중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요금제를 선택해야 VIP 멤버십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신규 가입자에게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려는 꼼수다”라고 비판했다.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고, 원하는 혜택을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KT는 그동안 일부 혜택을 추가해왔다고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KT 자회사의 콘텐츠나 부가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것뿐이어서 혜택인지 의심스럽다”라며 “멤버십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면 소비자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KT는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영화관 티켓 서비스를 2020년과 2021년에 연달아 혜택을 축소했다. KT VIP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월 1회씩 총 1년에 12회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를 CGV, 롯데시네마 두 곳으로 줄이면서 연 6회로 제한했다. 지난해에는 영화관을 다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로 늘렸지만 무료 혜택은 없어졌다. 1인 기준 최대 5000포인트 차감 할인하도록 했고 1만2000~1만6000원 이하, 2D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때만 할인받을 수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이동 통신사 매장./뉴스1

◇ “최근 5년간 소멸된 통신사 마일리지 701억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멤버십 서비스 논란도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할인형 멤버십 제도를 적립형으로 개편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가 소비자들이 반발하자 한 달여만에 입장을 바꿨다. 할인형을 유지하되 적립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적립형으로 바꾸겠다고 했던 계획이 비판을 받았던 것은, 포인트 적립을 위해서는 소비를 해야 하는 데다 이 포인트를 다 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통신사로부터 받은 포인트를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소비해서 쌓은 포인트가 소멸하는 것은 체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통신사를 이용하든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100곳 이상에 달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브랜드가 많다. 게다가 1회 사용 시 차감 포인트가 적고, 사용횟수도 1일 또는 월간으로 한정돼 있어 1년 이내에 포인트를 다 소진하기가 쉽지 않다. 남은 포인트가 환급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차라리 요금을 깎아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비자가 사용하지 못하고 소멸된 통신 3사 마일리지는 SK텔레콤 351억원, KT 117억원, LG유플러스 233억으로 총 701억원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멤버십 포인트 실사용률은 40.7%에 불과하다. 60%는 사용하지 못한 채 소멸한 것이다.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멤버십 포인트는 통신 요금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의 혜택이 아닌 소비자의 재산권으로 봐야 한다”며 “통신사는 잔여 마일리지를 소비자에게 환급하고 멤버십 포인트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