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초격차 전략을 위해 ‘특허 전쟁’에 돌입했다. 적극적으로 OLED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특허 침해에는 강력하게 대응해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지배하던 일본 샤프가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 시장을 내준 사례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당시 샤프는 LCD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삼성전자에 시장을 뺏겼다.

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LCD 시장을 거의 지배하다시피한 우월적 기업으로, 특히 1980~1990년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1991년 LCD 사업부를 만들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샤프 등 일본 기업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LCD 기술에 1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는 LCD 특허 출원과 매출에서 샤프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샤프는 2000년까지만 해도 기술이나 특허, 비즈니스 측면에서 삼성보다 우위에 있었다”라며 “샤프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으나,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양면 LCD 패널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샤프는 2007년 8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5건의 LCD 특허 소송을 미국 텍사스 법원에 제기했다. 같은 달 삼성전자도 맞소송을 걸었다. 또 12월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일본에 각각 소송을 냈다. 이어 샤프는 이듬해 1월 삼성전자를 ITC에 제소하고, 앞서 12월에는 한국 법원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샤프와 삼성전자는 2년여간 소송전을 펼쳤다. 결국 합의로 소송을 모두 종결했는데, 샤프는 소송 결과로 삼성전자에 아주 적은 수준의 로열티만 받아 갈 수밖에 없었다. 소송전을 펼치는 사이 삼성전자는 샤프를 LCD 시장에서 추월했고, 또 다른 일본 업체인 소니와 합작사를 만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소송보다 빨리 삼성전자를 견제했어야 했다”라며 “샤프가 삼성전자를 소송으로 압박했을 때는 이미 삼성의 LCD 시장 점유율이 상당했을 때로 거액의 로열티를 받는 것도 불가능했다”라고 했다.

당시 LCD 시장의 상황이 현재 OLED 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OLED 시장 1위 삼성디스플레이를 빠르게 추격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샤프의 사례에서 선발 주자의 소송 압박이 주는 효과를 체득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에 OLED 특허 침해 등을 경고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소송전까지 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 위협이 되기 전에 견제하겠다는 게 삼성디스플레이의 의도다. LCD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완전히 철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관련 특허와 중국 공장 등을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인 CSOT에 모두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압박 작전에 대만 TSMC의 모델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TSMC는 지난 2003년 중국 파운드리 SMIC를 상대로 미국 법원 등에 기업비밀과 특허권 침해 소송 등을 냈다. SMIC가 TSMC 퇴사자를 고용했고, 이들이 기업비밀을 SMIC 측에 유출했다는 게 소송의 배경이다. 이 소송의 결과로 SMIC는 TSMC에 당시 2억달러(약 28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와 지분 일부를 배상해야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 소송으로 TSMC는 SMIC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관련 특허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가장 최근 확보한 특허는 일본 후지필름의 미국 특허 42건이다. 이 특허 대부분은 산화물(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관련으로, 퀀텀닷(QD)-OLED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2차 투자를 계획 중인데, 여기에 후지필름으로부터 확보한 특허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5월과 지난해 11월에는 독일 청색 OLED 소자 업체 사이노라의 미국 특허 85건과 일본 파나소닉의 미국 특허 115건을 매입했다. 사이노라에서 매입한 특허 역시 QD-OLED와 이후 QD디스플레이에 필수인 청색 소자와 관련이 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수년간 한 해 1500~2000건 내외의 특허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라며 “중소형 OLED에서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유지하고, 대형 OLED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경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