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LG디스플레이 제공

2분기 연속 적자 규모가 커진 LG디스플레이가 재무건정성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책을 꺼내 들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26일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3년간 사업 구조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극심한 수요 침체와 변동성 높은 시황을 극복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경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보수적 기조하에 재무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고강도의 실행계획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TV 등 전자제품 수요 급감을 불러왔다. LG전자 등 세트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력하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까지 크게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두고 “전례 없는 수요 급감이다”라고 표현했다. 특히 높은 소득 수준으로 OLED 선호가 높았던 유럽 시장에서 침체가 심각했다. 여기에 회사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사상 최저로 내려가면서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한국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6% 감소한 6조7714억원을 기록했고, 759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에도 4883억원 손실을 내 2개 분기 적자는 총 1조2476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같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강도 자구안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선 액정표시장치(LCD) 출구 전략을 가속화한다. 김 전무는 “경쟁력 차별화 여지가 크지 않고 시황에 따른 성과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된 TV용 LCD 패널은 국내 7세대(1950×2220㎜) 생산 종료 계획을 기존 일정 대비 앞당기고 중국 내 8세대(2200×2500㎜) 패널 생산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투자도 대폭 줄인다. 김 전무는 “재무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 당분간 필수 경상 투자 외에는 투자 및 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라며 “올해 캐펙스(Capex·시설투자)는 연초 계획 대비 1조원 이상 축소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수요가 급감해 쌓여있는 재고는 최소 수준으로 관리한다. 김 전무는 “연말까지 재고를 1조원 이상 축소해 적정 재고 이하로 관리하고 생산도 이와 연동해 과감하게 조정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주력 TV용 대형 OLED 패널을 감산한다. LG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중순부터 한 달 이상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공장 OP1 가동률을 조정한다. 이태종 LG디스플레이 대형 마케팅 담당은 “거시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는 기조하에서 당분간 OLED 공장 가동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TV 실수요 움직임을 보면서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올려가겠다”고 했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경영전략그룹장 전무 역시 “LG디스플레이 OLED의 유럽 비중은 45%를 넘는데, 최근 유럽의 소비 위축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몰라 리스크를 헷징(위험 회피)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육책을 기반으로 하이엔드 LCD와 OLED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는 게 LG디스플레이 방침이다. 대형 제품군은 실수요에 기반한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중형 제품군은 하이엔드 모니터와 노트북 제품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 전무는 “경쟁력을 지닌 대형 OLED 기술 기반의 모니터도 준비하고, 노트북 OLED까지 확대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중형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