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뉴스1

카카오 먹통 사태로 덩달아 서비스 장애를 겪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탈(脫)카카오’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오픈(개방형)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던 IT 기업은 카카오로 인해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현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카카오 대신 네이버의 오픈 API를 활용하거나 별도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오픈 API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 계속 나오고 있다. 카카오에서 문제가 발생해 자사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경험을 개발자와 경영진이 직접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로 제공되는 카카오 오픈 API를 아무런 의심 없이 마구 가져다 썼던 개발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를 일부 불신하기 시작했다”라며 “수천건의 민원이 밀려오면서 갑작스럽게 주말에 출근해 부랴부랴 공지를 띄우고 즉석에서 임시방편으로 대체 서비스를 만들면서 카카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했다.

오픈 API란 공개된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외부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공개 응용 프로그램이다. 개발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이 오픈 API를 활용해 여러 앱 등을 개발한다. 날씨나 교통 정보 등 업데이트가 빈번한 대용량의 데이터를 서비스에 연계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카카오 오픈 API를 활용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다양한 앱의 카카오 계정 간편 로그인 기능과 여러 앱에 탑재된 카카오맵을 활용한 배송 주소 선택 등이다. 카카오는 일부 별도 유료 계약 혹은 제휴 오픈 API를 제외한 대부분의 오픈 API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으며 상당수 개발자가 편리성 때문에 이를 활용해 여러 서비스를 개발한다.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이와 연동된 카카오 오픈 API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주요 스타트업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대거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다. 마켓컬리, 무신사 등 카카오지도 오픈 API를 기반으로 신규 배송지 검색 기능을 제공하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은 이용자가 상품 구매 시 배송지를 입력할 수 없어 일부 불편을 겪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 등 카카오 오픈 API를 활용해 카카오 간편 로그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다수 기업에선 이용자가 서비스에 로그인하지 못해 혼란이 발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로그인 방법으로 카카오와 애플 계정만을 허용하는데, 카카오 이용자 상당수가 이날 오후부터 가상자산 거래를 하지 못하는 피해를 겪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IT 업계에선 카카오 대신 네이버 오픈 API를 활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지도 API를 활용해 지도상 아파트 등 매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던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이용자가 지도 검색에 장애를 겪자 네이버 지도 오픈 API로 교체했다. 네이버 역시 특정 트래픽 기준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외부에 지도 등 오픈 API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업비트는 로그인 방법에서 카카오를 아예 배제할 예정으로, 대신 자체 로그인 시스템인 ‘업비트 로그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오픈 API는 개발자에게 ‘필수 아이템’이었으나 신뢰도가 하락했다”라며 “트래픽수가 억 단위로 천문학적으로 나오는 아주 큰 규모의 대기업이 아닌 이상 네이버 오픈 API를 사용해도 충분히 여러 서비스를 잘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가 이를 더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