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본사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2022년 미국 회계연도 기준 4분기(6~8월)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반도체 겨울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D램 분야 3위, 낸드플래시 5위 사업자다. 이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3분기(7~9월) 실적 암울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30일 마이크론에 따르면 회사 4분기 매출은 66억4300만달러(약 9조4600억원)으로 시장이 예측한 72억4773만달러(약 10조3200억원)를 8.34% 밑돌았다. 전망 매출과 실적 매출의 차이가 1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의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23.13% 감소한 것으로, 마이크론 분기 매출이 줄어든 건 지난 1분기(2021년 9~11월) 이후 3개 분기 만이다. 60억달러대 매출이 나온 것도 6분기 만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2023년 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 전망도 내놨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매출 전망치는 42억5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로, 최근 5년내 가장 낮은 수치다. 마이크론이 40억달러 매출 기록한 건 2020년 2분기(2019년 12월~2020년 2월)로 3년 전이다.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발표는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빨라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시장 상황이 가장 먼저 반영된 실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인플레이션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정보기술(IT)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업황도 계속해서 악화하는 흐름이다.

산제이 메호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회계연도 자본지출이 전년대비 30%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팹(공장) 설비투자를 50% 감축하는 등 반도체 공급 확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18㎇ LPDDR5 모바일 D램. /SK하이닉스 제공

앞서 글로벌 낸드플래시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 역시 회사 3분기 실적이 약 19%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낸드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게클러 웨스턴디지털 CEO는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라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했다.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3분기(7~9월) 전망이 암울하다. 2분기 때만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7조원대, 4조원대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실적 전망치가 계속 하향조정되는 중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12조~13조원대, SK하이닉스는 2조원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예측에 따라서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1조원대로 보는 곳도 있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달러 결제 위주의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방어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으나, 이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메모리시장 성장률도 계속해서 하향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률을 8.2%로 본다. 이는 애초 18.7% 성장으로 봤던 것에서 대폭 내린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가격은 13~18%, 낸드 가격(SSD 기준)은 15~20% 내려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