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이 IFA2022에 전시한 QLED TV 모습. /연합뉴스

TV 강국 한국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삼킨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LG전자의 업계 2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TV 업체 TCL은 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TCL은 (LG전자를 제치고) 이미 세계 2위 TV 브랜드가 됐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879만대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2억1354만대와 비교해 2.2% 줄어든 수치다. 옴디아의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올해 TV 출하량은 지난 2010년(2억1000만대)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4130만대(19.8%), 2580만대(12.4%)의 TV를 출하할 것으로 보인다.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 TV 비중이 높아 매출 기준 두 회사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하지만, 출하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35%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 TCL의 미니LED TV 구조. /TCL 제공

중국 업체들은 출하량을 늘리며 한국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TCL은 올해 2450만대(11.7%)의 TV를 출하하면서 LG전자를 뒤쫓고 있다. LG전자와 TCL의 출하량 차이가 매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두 업체의 출하량 차이는 지난 2019년 684만대에서 지난해 276만대로 줄었고, 올해 130만대가 됐다. 경기 침체 우려로 TV 수요가 줄어들면서 LG전자 출하량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반면 TCL은 0.3% 하락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 하이센스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센스의 올해 TV 출하량은 2140만대(10.2%)로 예상된다.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TCL과 하이센스의 올해 합산 점유율은 21.9%가 유력하다. 1년 전과 비교해 2.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2%포인트 하락한 삼성·LG전자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에는 LCD TV 저가 전략이 있다. TCL의 경우 차세대 제품으로 OLED TV를 앞세우는 LG전자와 달리 100% LCD TV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자회사인 CSOT(차이나스타)가 만든 저가의 LCD 패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CSOT는 지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IFA 2022에 전시된 세계 최대 OLED TV 97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 /LG전자 제공

동시에 LCD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더한 QLED TV를 앞세워 고급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TCL이 이번 IFA 2022에서 98인치 QLED TV, 136인치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신제품을 공개한 것도 이런 이유다. TCL은 기자간담회에서 “TCL TV는 20개국 이상에서 판매 점유율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라며 “경쟁사와 달리 디스플레이, 모듈, 프로세서를 자체 제작하는 데 강점이 있다”라고 했다.

업계는 2~3년 이내에 TCL의 TV 출하량이 LG전자를 앞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V용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TCL의 저가 밀어내기 전략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TV 출하량의 96%는 여전히 LCD 패널을 사용할 정도로 LCD 패널 경쟁력은 절대적이다”라며 “경기 침체가 계속될수록 저가형 LCD T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TCL의 출하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LG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를 늘려 프리미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쫓아올 때가 멀지 않았다”라는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선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TCL은 (중국의) 가장 강력한 패널 업체 중 하나로, LCD만 놓고 보면 TCL은 우리의 90%까지 따라왔다”라며 “수직계열화가 잘 돼 있어 화질·가격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LG전자는 차별화된 OLED 기술력을 앞세워 판매량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올해 올레드 TV 제품군을 기존 7개에서 10개로 늘렸다. 또 97인치 올레드 에보 신제품을 올해 4분기부터 판매한다. 전체 TV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대형 OLED TV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