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애플 가로수길에서 고객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가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양산을 앞두고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 공정 난맥상이 노출되자 인텔은 올해 하반기 출시하기로 계획한 3㎚ 공정 기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를 내년으로 미뤘고, 애플도 내년 하반기 아이폰15(가칭) 일부 모델에만 3㎚ 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애플이 아이폰 전 모델에 3㎚ 공정을 적용하는 건 오는 2024년 이후가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셈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에 TSMC 3㎚ 공정으로 양산한 모바일 칩(AP) A17 바이오닉을 얹는다. 앞서 지난 2020년 애플은 모바일 칩 A14 바이오닉(아이폰12)과 지난해 선보인 A15 바이오닉(아이폰13)을 모두 TSMC 5㎚ 공정으로 만들었다. 다만 두 칩은 5㎚ 공정 세대 구분이 다소 다르다. 2세대 기술로 만들어진 A15 바이오닉은 1세대 5㎚ 공정에 비해 성능은 5%, 전력소모는 10% 향상됐다.

애플이 아이폰13 시리즈에 적용한 A15 바이오닉 칩 개념도. /애플 제공

애플은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14부터 모델에 따라 칩 적용을 다르게 한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아이폰14 일반 모델에는 기존 A15 바이오닉과 동일한 성능의 2세대 5㎚ 모바일 칩을 쓴다. 프로 모델에는 3세대로 진화한 5㎚ 공정을 쓴다. 공정 구분을 위해 새 모바일 칩은 A16 바이오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 3세대 5㎚ 공정은 2세대와 비교해 성능은 15%, 전력소모는 25~30% 개선됐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15에도 전작인 아이폰14와 동일한 모바일 칩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여겨진다. 고급형 모델의 모바일 칩은 최신 세대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되고, 일반형 모델은 한단계 낮은 공정의 칩을 쓰는 것이다.

애플이 모든 아이폰에 3㎚ 공정 반도체를 적용하는 건 2024년 이후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애플이 오는 2024년 선보일 아이폰에 3㎚ 공정 프로세서가 완전히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에 따라 TSMC 3㎚ 공정의 본격적인 출하와 매출 역시 2024년 하반기 발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의 도로 전광판에 아이폰 13 광고가 나오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애플은 PC와 노트북 등에 채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 M칩에도 3㎚ 공정을 적용한다. 이르면 내년 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맥이나 오는 2024년 출시되는 맥북에 3㎚ 공정으로 생산된 M3 칩을 장착한다. 앞서 지난 4월 블룸버그는 “애플이 아이맥에 탑재할 3㎚ 공정 기반 M3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이미 3㎚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첫 양산 시점이 내년 초로 예상된다. 애초 올 상반기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반기로 지연됐고, 또 다시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차세대 CPU 메테오레이크를 TSMC 3㎚ 공정으로 만들어 오는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로 일정이 연기했다. 수율이 원하는 만큼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CPU 3㎚ 양산은 제품 설계와 공정 검증 문제로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것으로 안다”라며 “일각에서는 이 제품의 양산 일정이 내년 상반기에서 연말로 연기됐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라고 했다. 이같은 논란이 확산하자 TSMC는 지난 7일 “회사의 양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