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플러스멤버십 홍보 영상 캡처. /네이버

네이버가 유료 멤버십을 앞세워 커머스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보다 먼저 연내 누적 이용자 1000만명을 달성해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커머스 사업 부문은 지난해 연간 32조4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37조8000억원(추정치)을 기록한 쿠팡에 ‘국내 커머스 최강자’ 타이틀을 내줬다.

24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이달 초 누적 이용자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당시 7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지 두 달 만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당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을 동력 삼아 커머스 사업 이익(1분기 기준 4160억원)을 기존 검색 사업 수준(1분기 기준 843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포인트 적립 제도를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네이버쇼핑·예약·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한 달에 8만원 이상만 결제해도 연간 이용권(4만6800원) 이상을 돌려받는 셈이다. 네이버 측은 “이용자들의 월평균 추가 적립 포인트는 2만포인트지만, 월 최대 658만포인트를 받은 이용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의 높은 포인트 적립률은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의 입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이용자의 네이버쇼핑 결제액은 가입 전 대비 135%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네이버 측은 이를 두고 “다른 플랫폼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받은 이용자 사이에서 ‘이왕에 같은 물건이면 네이버에서 구매하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디지털 콘텐츠 이용권을 추가로 제공해 가입자를 붙잡아 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노리고 있다. 쿠팡처럼 직접 서비스 진출을 하는 대신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 지출 부담도 줄였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는 현재 ▲스포티비 나우 무제한 이용권 ▲티빙 방송 VOD(주문형 비디오) 무제한 이용권 ▲시리즈온 영화 무제한 이용권 ▲시리즈 영화 1편 할인 ▲네이버웹툰 및 시리즈 쿠키 49개 ▲네이버 콘텐츠 체험팩 등이 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혜택도 늘리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SPC그룹 계열사 섹타나인과 손잡고 네이버페이에 ‘해피포인트’를 연동한 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 등 전국 7000여개 매장에서 현장 결제를 하는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최대 5%), 브랜드별 할인(최대 5%), 해피포인트 적립(최대 3%)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앞서 편의점 CU와 제휴를 맺은 뒤 네이버페이로 현장 결제한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이용자가 3.6배 증가한 바 있다”며 “SPC그룹과의 협업으로 10~20대 이용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 전경. /쿠팡

국내 커머스 업계는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을 선봉에 세워 국내 커머스 시장을 평정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쿠팡 ‘로켓와우멤버십’의 이용자 수도 성장세가 매섭기 때문이다. 로켓와우멤버십의 이용자는 지난 3월 900만명을 넘어서며 2년 만에 증가율 50%를 기록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처럼 누적으로 계산하면 이용자 수가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켓와우멤버십은 ▲로켓배송 무료 배송 ▲30일 무료 반품 ▲로켓직구 무료 배송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 12가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보다 먼저 가입자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마련했다. 특히 쿠팡플레이는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속한 토트넘 홋스퍼 경기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하며 스포츠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경기도 독점 중계 중이다.

로켓와우멤버십 이용자들의 결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로켓와우멤버십 이용자를 포함한 활성 이용자의 1인당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증가한 283달러(약 37만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선두를 굳힐 수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올해 1위 사업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물류 인프라다”라고 짚었다. 윤예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 커머스 사업에 새로운 성장 요인이 필요하다며 “가치 재평가의 핵심은 일본에서의 커머스 성과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