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의 2022년 상반기 지분 투자 내역. /표=박수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가 무서운 속도로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페토의 콘텐츠를 강화해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 수익을 개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제트는 지난 8일 라인넥스트와 쿼카인더스트리즈의 지분을 각각 8억원, 40억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네이버제트가 올해 상반기 지분을 투자한 업체는 모두 16곳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산하면 업체 수는 20곳으로 늘어난다.

네이버제트는 플랫폼 내 아이템 판매라는 수익 모델이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자 지분 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질의 콘텐츠로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이용자 유입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56%, 487% 늘어난 295억원, 1129억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제로 네이버제트가 투자한 업체들의 업종은▲정보통신업 ▲정보서비스업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개발 ▲메타버스 커뮤니티 개발 ▲메타버스 인공지능(AI) 솔루션·모델링 서비스 개발 ▲음원 콘텐츠 개발 등으로 모두 메타버스 콘텐츠와 관련이 있다. 네이버제트의 홍콩 법인인 ‘네이버제트 리미티드’를 제외하고는 투자 목적 또한 ‘전략적 사업 시너지 강화’로 동일하다.

라인넥스트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관련 파트너사 26곳. /라인넥스트

이번에 투자한 라인넥스트와 쿼카인더스트리즈도 마찬가지다. 라인넥스트는 네이버 관계사인 일본 라인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미국 법인을 통해 NFT 발행 및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 ‘도시’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쿼카인더스트리즈는 제페토의 ‘맵(지도)’과 ‘미니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다. 아름게임즈 등 게임사들이 합작해 지난 4월 설립했다.

이용자는 선수금과 직결된다. 네이버제트의 선수금은 제페토 이용자가 충전한 ‘코인’ 잔액이다. 네이버제트의 선수금은 2020년 13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제페토 이용자는 2억명에서 3억명이 됐다.

전략이 성공할 경우, 네이버제트는 ‘크리에이트 투 언(C2E)’ 생태계 조성이란 목표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네이버제트는 이용자들이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를 창작하고, 이를 NFT로 만들어 거래하는 경제를 꿈꾼다. 지난달 30일 기준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 ‘제페토 스튜디오’에 가입한 이용자 수는 230만명이다. 이때까지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거래된 아이템은 약 6800만개에 달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제페토에 가상화폐 ‘링크’를 도입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일본 라인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고 자체 생태계인 ‘링크체인’과 함께 링크를 출시했다. 일본에서는 링크로 ‘라인 페이’ 가맹점 결제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최 대표는 지난 4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페토 입장에서 글로벌 전체 시장을 놓고 어떤 플랫폼과 힘을 합치는 게 가장 좋은지는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며 “링크도 당연히 후보지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지난 4월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 전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다만 자본 투입이 트래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까지는 통상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네이버제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메타버스 플랫폼이 당분간은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타버스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보다 수익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라며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10대 위주로 한정된 이용자층도 성장의 한계로 꼽힌다. 업계 1위 로블록스의 경우 미국 내 이용자의 3분의 2가량이 9~12세여서 ‘미국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로 불릴 정도다. 네이버제트는 이 때문에 게임사 슈퍼캣과 합작해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 ‘젭’을 출시한 상태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들은 게임을 기반으로 파이를 키워왔기 때문에 연령층이 낮은 게 사실이다”라며 “이는 다시 말하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업체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용자가 특정 연령에 편중된 현상은) 메타버스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전했다.